카테고리 : 취향
2008/01/01   Let It Grow [5]
2007/08/31   夏の幻 (여름의 환상) [9]
2007/02/08   Wonderful Tonight : Eric Clapton Live In SEOUL [15]
2008년 01월 01일
Let It Grow
꼬마공주 유시의, Eternal Flower.
그리고 그것이 뜻하는 것은 사랑[愛情].

*   *   *

 1970년 「Layla And Other Assorted Love Songs」이후, 에릭 클랩튼은 실연 등에 의한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마약에 빠져 오랜 세월 방황하게 된다. 그 슬럼프를 극복하고 재기에 성공한 앨범이 바로 1974년에 내놓은 「461 Ocean Boulevard」이다. '461 Ocean Boulevard'는 그가 머물렀던 플로리다 마이애미의 집 주소라고 한다.
 특히 「461 Ocean Boulevard」의 여덟번째 트랙인 'Let It Grow'는 고통을 극복하려던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도입부의 '흡'하는 소리마저도 코카인의 흡입음이라 하지 않는가.
 그래서 그런지 그 가사는 무척이나 가슴에 와 닿는다. 고통의 원인이 사랑이 아니더라도, 그리고 그 해결책이 사랑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것은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단지 사랑 노래가 아니다. 오히려 나는 사랑을 믿는 그 마음보다는, 교차로에 서서 길을 찾고, 내 마음을 확인하기 위해 이유를 찾는 상태에 대해 공감한다. 혼란과 외로움 속에 내던져진 상태, 그 상태에서 의지할 수 있는 친구를 찾는 것 또한 힘들고 말이다. 그리고 나는 잘 알고 있다. 시간은 점점 빨리 흘러가고, 그 시간 속에서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가는 나에게 달려 있다는 것을. 바로 내가 제대로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힘들다는 것을.
 이 노래는 격렬하지도 애절하지도 않다. 오히려 너무도 무덤덤히, 나직하게 읊고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그저 애처로이 아득하며 슬픈 것만은 아니다. 간주 부분의, 사라질 듯하다가 점점 커져 오면서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듯하게 '챙' 하고 그어 주는 힘찬 기타 소리가, 놓아둔 심장을 꼭 움켜쥔다. 그 울림이 무척이나 좋아서, 몇 번이고 되돌아가 듣고 또 듣는다.
 노래가 끝나고도 영원히 끝나지 않고 계속될 듯한 멜로디 속에서 마음은 저 먼 곳까지 치닫는다. 기타 소리가 스러져 가더라도 주욱 귓가에 남아 맴돈다. 그래, 그 언젠가, 노래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차가운 새벽에 보았던 머언 하늘이 떠오른다……. 그 연주는…… 참으로 담담하고 몽롱하지만, 힘차고 울컹거려서, 심장으로부터 서서히 아릿하게 피가 번져 새어나오는 듯 하다. 단순한 듯한 느낌의 연주이지만 이처럼 감격적일 수 있을까.
 이제 새해다. 상처가 있다면 잊고 일어설 수 있겠지. 굳건히 나아가자, 다가오는 2008년은 더욱 멋진 한 해가 될 수 있길 바라며. 사랑이 꽃을 피워 흘러 넘칠 수 있다면야 더 좋고 말이다.
―그래, 자라나자!

*   *   *

     Let It Grow

        Eric Clapton




I'm standing at the crossroads
trying to read the signs
To tell me which way
I should go to find the answer
And all the time I know
Plant your love and let it grow

나는 교차로에 서서 해결책을 찾기 위해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표지판을 보고 있습니다.
항상 나는 알고 있어요.
사랑을 심어 사랑을 키워 보세요.


Let it grow, let it grow
Let it blossom, let it flow
In the sun, the rain, the snow
Love is lovely, let it grow
사랑을 키워 보세요.
사랑이 꽃을 피워 흘러 넘치도록 해보세요.
태양 아래서나, 빗속에서나, 눈 속에서나
사랑은 아름답습니다. 사랑을 키워 보세요.




Looking for a reason
to check out of my mind
Trying hard to get a friend
that I can count on
But there's nothing left to show
Plant your love and let it grow

나는 내 마음을 확인하기 위해
이유를 찾고 있어요.
내가 정말 의지할 수 있는
친구를 찾아보려 노력하지만 보이지 않고 힘들답니다.
사랑을 심고 그 사랑을 키워 보세요.

Let it grow, let it grow
Let it blossom, let it flow
In the sun, the rain, the snow
Love is lovely, let it grow

사랑을 키워 보세요.
사랑이 꽃을 피워 흘러 넘치도록 해보세요.
태양 아래서나, 빗속에서나, 눈 속에서나
사랑은 아름답습니다. 사랑을 키워 보세요.




Time is getting shorter
and there's much for you to do
Only ask and you will get what
you are needing
The rest is up to you
Plant your love and let it grow

시간은 점점 흘러가고
당신이 해야 할 일들은 너무도 많습니다.
단지 구하면 당신이 원하는 걸 얻게 될 거에요.
그 나머지는 당신에게 달려 있어요.
사랑을 심고 그 사랑을 키워 보세요.


Let it grow, let it grow
Let it blossom, let it flow
In the sun, the rain, the snow
Love is lovely, let it grow

사랑을 키워 보세요.
사랑이 꽃을 피워 흘러 넘치도록 해보세요.
태양 아래서나, 빗속에서나, 눈 속에서나
사랑은 아름답습니다. 사랑을 키워 보세요.


Let it grow, let it grow
Let it blossom, let it flow
In the sun, the rain, the snow
Love is lovely, let it grow
사랑을 키워 보세요.
사랑이 꽃을 피워 흘러 넘치도록 해보세요.
태양 아래서나, 빗속에서나, 눈 속에서나
사랑은 아름답습니다. 사랑을 키워 보세요.
by 미르시내 | 2008/01/01 00:00 | 취향 | 트랙백 | 덧글(5)
2007년 08월 31일
夏の幻 (여름의 환상)
 
         夏の幻 
         여름의 환상

                              GARNET CROW

部屋の窓の向こうに
창문 너머 보이는 하늘에
飛行機雲をなぞって
비행기 구름을 따라 그리며
今日ケンカした君の事ばかり
오늘 다투었던 너에 대해서만 멍하니
考えてた
생각했었어
些細な事で戶惑って
사소한 일로도 당황해서
不安定で無防備な
너무나도 한참 불안해했던
あの頃のようにすぐに電話して
그 때처럼 바로 너에게 전화걸어서
笑い合えたらいいのにね
함께 웃을 수 있다면 좋을텐데
近づいて來る至福の時は
점점 가까워 오는 행복한 그 시간은
痛みを伴いながら足音をたてる
아픔을 함께 하고 나란히 발소리를 높여
考えすぎて深みにハマる
너무 깊은 생각해 절망에 빠지네
君の傍にいるのに
지금 나 네 곁에 있는데도
夏の幻    瞳閉じて
여름의 환상 속, 나 눈을 감고서
一番最初に君を思い出すよ
무엇보다 가장 먼저 네 얼굴을 떠올려
いつか終わるはかない夢に
언젠가는 끝날 덧없는 꿈 속에서
ただこみあげる氣持ち抱いた
그저 복받히는 마음 끌어안았어
世界は廣く知らない事
세상은 아주 넓고, 아직 모르는 일로
溢れてて    自分さえ見失いそう
넘쳐흘러서, 내 모습 잃어버릴 것만 같아
だけど君と生きてゆきたいから
그래도 너와 함께 살아가고 싶으니까
とまどいながらでもいい
비틀거리더라도 좋아
つないだ手を離さないでね
붙잡은 손 놓지는 말아 줘



强いオフショア波を待ってた
바다를 바라보며 파도를 기다렸어
中途半端に離れて流されてゆくよ
밀려들어와 둘로 부서져서 휩쓸려 가버리네
進化してゆく時代の中で 
점점 변해 가는 세상 가운데서
同じものを求めて 
언제나 같은 것 바라보며
夏の幻    思うだけで
여름의 환상 속, 나 생각만 해도
胸が熱くなれた奇跡の途中
가슴이 뜨거워졌던 작은 기적 속에서
願うだけじゃ屆かぬくらい 
간절히 바래도, 닿을 수 없을 만큼
こぼれ落ちそうな氣持ちを抱いた
터져흐를 듯한 마음 끌어안았어
どうして二人近づく程 
어째서 우리 둘은 가까워질수록
遠く感じて不安になるんだろう
멀게만 느껴져서 자꾸 불안해지는 걸까
キョリを超えた欲望があふれて
그 거리 넘어선 욕망이 계속 넘쳐흘러
一人部屋のなかで君の溫もり想う
나 홀로 방 안에 누워서 너의 따스함을 생각해
どんな日にも    瞳閉じて
어떤 날이든, 나 눈을 감고서
一番最初に君を思い出すよ
무엇보다 가장 먼저 네 얼굴을 떠올려
いつか終わるはかない夢に
언젠가는 끝날 덧없는 꿈 속에서
ただこみあげる氣持ち抱いた
그저 복받히는 마음 끌어안았어
忘れないから……
잊지 않을 테니까……
消えてゆく幻に君と竝んでいたね
사라지는 환상 속에서, 너와 나 단둘이 있었지
夏の終わり陽射しがゆれてる
여름의 끝자락, 햇살이 살짝 흔들려
海の底のような手のひらの中の街竝
바닷속 저 아래 땅 같은, 손바닥에 비치는 거리 풍경
I like a dream, I'm calling out to you
I like a dream, I'm calling out to you

*  *  *

 명탐정 코난의 10기 엔딩곡으로 알게 된 GARNET CROW의 '여름의 환상'. 제목에 어울리는 약간 떠 있는 듯한 분위기, 그러나 많이 무겁지도 많이 가볍지도 않은 적당한 리듬감, 그에 어울리는 몽환적인 보컬의 목소리에 빠져들었다. 애니메이션 엔딩 영상의 분위기도 예뻐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이 곡 하나를 무척 좋아하게 된 것만으로도 GARNET CROW의 팬이 될 뻔……도 하였으나 B'z로 굳혀졌고, 팬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룹 자체에 대한 이미지는 참 좋은 편이다.
 사실 일본어를 모르는 싸이월드 방문자들을 위하여 노래방에서 부른 한국어 버전을 수록할 계획으로 시작한 번역 작업이었는데, 직접 부른 노래가 계속 맘에 안 들길래 배경음악 등록은 무산되었다. 그래도 어찌되었든, 노래방에 가면 한국어로도 혼자 재밌게 잘 부르고 있고, 덕분에 재미가 붙어서 B'z의 '언젠가의 메리 크리스마스'도 리듬에 맞춰 번역해 보기도 했었다. 과정은 머리 아프지만 어휘를 총동원하는, 상당히 즐거운 작업이다. 번역 과정에 대해서는 쓰다 보니 너무 길어져서 나중에 하기로 하고……. 대체로 원 가사의 의미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도록 노력했다.
 노래방에서 부른 노래를 첨부할까 하였으나 결국 여름 다 끝날 때까지 녹음 한 번 못 하고 지나갔다. 가사의 마지막처럼 여름도 끝나가는구나. 그리고 환상 또한 날려버렸다.
by 미르시내 | 2007/08/31 21:01 | 취향 | 트랙백 | 덧글(9)
2007년 02월 08일
Wonderful Tonight : Eric Clapton Live In SEOUL
 내가 에릭 클랩튼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아마도 중학교 1학년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 때 학교 여름방학 영어 숙제로 '팝송 외워오기'가 있었는데, 그 팝송으로 나는 'Tears in Heaven'을 택한 것이다. 왜 하필 그 노래였을까? 당시 우리나라 노래에도 관심이 없던 내가 외국 음악에 대해서 잘 알 리 없었다. 단지 그것 때문일 것이다……. 그런 단순한 계기로 시작된 것이다. 그 시절 유행하던 노란색 종이로 된 악보 몇 장이 집에 있었는데, 그 중 Tears in Heaven이 있었다. 영어 발음도 밑에 친절하게 쓰여져 있었던 그 노래. 나는 잘난 척 한답시고 한글로 쓰여진 영어 발음 부분을 수정 테이프로 다 지워버리고, 집에 있던 테이프의 Tears in Heaven을 반복해 들으며 노래 연습을 했다. 뭔가 기타 연습을 해야 되는 것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지만 말이다. 푸하하. 어쨌든 그 때 나는 꽤나 열심이어서 '우우우~'하는 부분이랑, 노래가 끝난 후에 'Thank you!'하는 말까지도 따라하면서 연습하던 기억이 난다. 개학을 하고 방학 숙제 검사를 하면서 내가 나갈 차례가 되자, 선생님은 노래 제목이 뭐냐고 물었고, 나는 대답했으며, 선생님은 '오오~'하는 반응을 보였다. 아이들은 '누가 부른 거에요?'라고 물었고 선생님은 발음을 최대한 굴려 'Eric Clapton~'이라 대답하셨고, 아이들이 알아듣지 못하자 또박또박 '에릭 클랩튼'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2절이 생각나지 않아 중간을 뛰어넘고 끝까지 부른 후 들어와 앉자 기억 안 나는 부분은 생각났었고……. 어려운 노래는 아니라 그래도 나름대로 잘 불렀던 것 같다. 그 후 꽤 오랜 시간을 지나 자각하게 된 것 같지만, 그 테이프가 바로― unplugged였다.
 에릭 클랩튼의 공연을 가기 바로 전 날, 부산스럽게 집에 있던 unplugged와 journeyman을 번갈아 들으면서, 아주 오랫만에 듣게 된 Tears in Heaven은 꽤나 반가웠다. 익숙하게 흘러 나오는 그 전주와, 지금도 생생히 따라 부를 수 있는 가사, 허밍, 노래가 끝난 후 외치는 반가운 톤의 'Thank you'. 아마 Thank you가 있었던 것은 라이브 앨범이었기 때문이었으리라. 밝혀 두지만, 나는 지금도 에릭 클랩튼에 대해 잘 아는 것은 결코 아니다. 공연 가기 전 날 급한 마음으로 테이프와 CD를 계속 반복해서 듣고, 공연 당일에 대표곡들을 들어두던 정도였으니 말이다. 성격이 이 모양이다. 내가 공연에 가기로 결심한 것은 단지 어렸을 적 Tears in Heaven의 기억 때문이고, '기타의 신'이라 불리던 그 때문이고, 아버지와 같이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제 Tears in Heaven은 부르지 않는다던, 몇 년 전의 신문 기사가 기억이 나면서도, 꼭 가고 싶었다. Tears in Heaven의 악보를, 언제였는지 모르지만 테이프와 CD를 샀던 것도 아버지였고, 음악을 좋아하고, 기타를 좋아했던 것도 아버지였으니까. 결국 일이 있어서 혼자 공연을 보러 가게 되었지만, 어찌 되었든 공연은 가히 최고였고, 지금 나는 상당히 그가 좋아졌다는 것이다.
 공연 날, 도서관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서둘러 전철을 타고 조금 일찍 공연장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 도착했다. 공연장의 분위기……라는 건 상당히 묘한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여기 있는 이 사람들이 모두 나와 같은 것을 좋아하는 거구나.'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물론 나의 경우엔 잘 알지 못하는 상대에 대한 상당한 호감……뿐이었지만, 그래도 어쨌든 상당히 오랫동안 기대했던 공연이었고 그 중에는 정말 많이 좋아하는 사람도 많을 테니까. 젊은 연인에서부터 중년 아줌마들, 중년 아저씨들, 가족 모두, 그래, 친구들…… 혼자 온 사람까지. 정말 나이대부터 모인 형태까지 매우 다양했다. 공연 후에 젊은 남자 둘의 이야기에서 얼핏 '모든 나이대를 아우를 수 있는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기도 했으니까. 어쨌든 처음 가 본 체조경기장은 들은 대로 작았고, '오사카 돔은 이 몇 배 정도 되었던 것 같은데…….'라며 작년 여름 B'z의 LIVE-GYM을 잠시 회상했다. 그다지 좋지 않은 내 좌석에서 앞으로 옆으로, 다른 자리로 가 보기도 하고, 스탠드 좌석을 멍~하니 바라보기도 하다가 공연 시작 시간인 8시가 되어서야 자리에 앉았다. 사람들은 아직 많이 들어오지 않았고, 공연도 시작할 기미는 안 보였다. 결국 불이 꺼지고 기타 소리가 웅웅 하고 들려 온 것은, 사람들이 일제히 환호하기 시작했던 것은 8시 30분이 되어서였다.
 사실 맘만 먹었다면 일본이라든가 대만 같은 먼저 있었던 공연의 셋리스트를 보고 그 노래들을 주욱 들어 두었을 수 있었지도 모르지만, 검색까지 해 보았다가 그만두었다. 나처럼 노래들을 거의 모르는 상태에서는, 그리고 에릭 클랩튼처럼 활동 시기가 오래 된 사람의 공연에서는 이게 공연을 즐길 꽤 좋은 방법일지도 모르지만, 다음에 뭐가 나올지 기대하는 두근두근하는 그 느낌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연에서 나는 그 느낌을 한껏 맛볼 수 있었다. 어쨌든 그렇다 치더라도 노래를 아는 사람이 공연을 즐기는 것과 모르는 사람이 공연을 즐기는 것의 차이는 꽤 크기 때문에 기타 리프를 따라가며 즐기던 나도, 처음 부분은 조금 심심했었다. 그렇지만 화면에 비치던, 기타를 치는 그 손은, 기타의 울림은, 뭣도 모르는 나에게 있어서도 정말이지 멋졌다. 그냥 '멋있다, 멋있다'라는 말이 연달아 나왔다. 그렇게 그 흐름을 따라가면서, 감탄하면서, 즐기면서도 '다음에는 혹시 아는 노래가 나오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고, 모르는 노래가 연달아 나올수록 안타까웠다. 음을 따라가며 몸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지만 말이다. 꽤 초반에 지미 핸드릭스의 커버곡인 'Little Wing'이 나왔음에도, '어, 이거 어디서 많이 듣던 노래인데…… 혹시 그건가? 가사 맞는 것 같은데?'하다가 후반주가 너무 길어서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했었다. B'z의 마츠모토 타카히로도 이 노래를 연주했었고, 지미 핸드릭스의 원곡은 싸이월드 배경음악으로도 사 놓고 자주 들었었는데, 나는 혹시 바보인 것일까!!! 왠지 기억이 달아난 느낌이다. 그 후에 아는 노래가 몇 곡 나와서 반가워하며 따라 불렀다. 그렇게 공연이 이어지다가 Wonderful Tonight의 전주가 나오자 정말이지 그 기분이란! 너무 좋았다. 정말 좋았다. 언제까지나 계속되었으면 했다. 끝나지 않았으면 했다. Yes 후에 이어지는 부분, 그리고 And the wonder of it all is that you just don't realize how much I love you……. 'I love you.'가 나오겠구나, 한 번 조심스레 따라 불러보면서, 음악을 들으면서, 가슴이 벅차서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이 감흥이 끝나기도 전에, 곧바로 이어진 노래는 바로 Layla! 익숙한 전주가 나오자 내 앞의 온 사람들이 환호하면서 들썩이는 게 한 눈에 들어왔다. 과연 이 때가 공연의 최고조였다. '레일라'하는 부분을 소리높여 외치고, 광적인 그 시간이 지나가고……. 공연이란 건 사람을 미치게 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새삼 느끼게 된다. 무척이나 아쉽게도 Layla도 끝나고, 더불어 공연도 끝났다. 이럴 수는 없어!!! 한창 최고조에 다다를 때쯤 본공연은 끝나버리다니! 아는 노래와 모르는 노래의 차이는 이런 것 같다. 그 음에 취해, 정신없이 헤어나오지 못할 때 쯤 되면 끝나버리는 안타까움이랄까. 곧 앵콜이 나오고 Cocaine의 '코카인~'하는 후렴도 사람들이 목높여 외쳤다. 정말이지 막바지에 다다라서야 공연의 분위기가 나온 것 같다. 흥분할 때가 되어서야 끝나간다니, 정말 아쉽기 그지없었다. 두 번의 앵콜곡이 끝나고 다시 그들은 들어갔고, 엄청난 환호와 앵콜 요청에도 불구하고 나오지 않아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었다.
 집에 돌아와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읽고, 셋리스트를 보고, 노래를 찾고, 지금까지 그 셋리스트를 반복해 듣고 있다. 신기한 것은, 그 모르는 노래들을 기억하게 되는 것이 노래가 아니라 기타 음이라는 것이다. 노래를 처음(?) 들을 때 '이 노래를 공연했었구나.'하고 깨닫게 되는 것이, 몇 번이고 반복되던 기타 음의 흐름이다. 그래서 기억하게 되었다는 것이 반갑고, 다시 보고 싶다. 다시 듣고 싶다. 노래가 조금 익숙해진 지금, 다시 한 번만 더.
 Yes, you look wonderful tonight. 그 날 Wonderful Tonight의 그 가사처럼, 그 사람은 진실로 멋졌다. Good evening, Thank you 정도의 멘트밖에 하지 않았던 빡빡한 공연이었지만, 기타 연주, 노래, 그것만으로 무척 인상적이었던, 멋진 공연이었다. 그가 무척이나 좋아질 만큼. 나도 그렇게 중얼거려 본다. ……―Yes, I feel wonderful tonight.

*  *  *
 
SET LIST
 
01. Tell The Truth
02. Key To The Highway
03. Got to Get Better in A Little While
04. Little Wing
05. Why Does Love Got To Be So Sad?
 
Sit Down Set
 
06. Driftin' Blues (Eric Solo)
07. Outside Woman Blues
08. Nobody Knows You When You're Down and Out
09. Running On Faith
 
10. Motherless Children
11. Little Queen of Spades
12. Anyday
13. Wonderful Tonight
14. Layla
 
Encore
 
15. Cocaine
16. Crossroads
 
*  *  *

 P. S. - 원체 아는 노래가 없어서 본격적인 공연 감상 부분은 별로 없다. 그래도 이승철보다 많이 알았다는 데 경의를. 그런데 공연 영상 TV에서 안 해주는 건가. 으흐흑. 왜 이걸 지금 올리느냐 물으신다면 어제 TV에서 에릭 클랩튼 공연을 하는 꿈을 꾸었기 때문이다. 사진이 나와서 싸이월드에 올리면서 감상 약간 쓰다가 너무 길어져서 그냥 블로그에도……. 헉헉.
by 미르시내 | 2007/02/08 21:57 | 취향 | 트랙백 | 덧글(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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