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 롤리
2007/01/09   너와 나, 행복을 담는 손짓 [19]
2006/11/30   겨울로, 그리고 다시 가을로 [7]
2007년 01월 09일
너와 나, 행복을 담는 손짓
 외국에 갔던 친구가 잠시 한국에 돌아와서, 며칠 전 다 함께 만났었습니다. 언제나처럼 이야기를 하고, 저는 사진을 찍어주고 하던 도중, 그 친구가 저에게 말했습니다. "너도 찍어줄게." 저는 그 아이들의 모습을 더 많이 담고 싶다는 생각에 "괜찮아."라고 대답했습니다. 그 친구의 출국이 얼마 남지 않은 어느 날, 인화된 사진을 선물로 주기 위해 고르던 도중, 깨달았습니다. '나는 이들 사이에 없다.'

 흔히, 자신의 카메라에 자기 자신이 찍히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카메라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거나, '나도 찍어 달라.'고 부탁하거나, 셀프 카메라를 찍지 않는 이상은 말이죠. 일단 '사진을 찍는 입장'이니까요. 그러나 사진을 찍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습니다. 저는 그래요. 검지 손가락의 작은 움직임만으로 순간이 영원으로 남는다는 것이, 행복한 모습을 언제나 간직할 수 있다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합니다. 왜냐고요? 좋아하니까요.
 인물 사진이든 풍경 사진이든,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찍기 마련입니다. 왜인지 알 수 없어도, 끌리는 무엇인가가 있는 법이죠. 저는 특히, 인물 사진을 찍는 것을 참 좋아합니다. 저를 응시하는 그 눈동자가, 무척이나 좋습니다. 일상의 자연스러움을 포착하는 것을 중요시하면서도, 카메라를 사이에 두고 교차하는 그 시선이 좋은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감정의 교류…라고 해도 되려나요. 사진 찍히는 대상은, 그저 피사체(被寫體)가 아니라, 애정을 담아 바라보는 대상인 겁니다. 좋아하지 않으면 찍지 않으니까요. 마음이 없다면, 찍힌 사람은 무생물이나 마찬가지니까요.
 그런데 단순한 저만의 느낌이지만, 찍히는 입장에서 카메라 렌즈를 바라보는 것은 어쩔 때 조금 어색합니다. 찍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파인더를 통해 피사체의 눈을 볼 수 있지만, 반대의 입장에서는 카메라로 가려진 상대의 눈을 볼 수 없기 때문에 때로는 어딜 보아야 될지 모르겠고, 조금 쑥쓰러워요. 물론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사진 찍히는 것 자체를 무척 싫어하는 사람도 있어서 본래 성격과 관련이 있고, 어쩌면 단지 조금 부끄러워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친근함의 문제 역시 조금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인물 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사체와의 관계'와 '타이밍'이라고들 합니다. 틀리지 않는 말이지요. 제가 본격적으로 처음 사진을 찍기 시작할 때엔 상대방이 눈치챌까 몰래 찍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는 나름 자연스러운 사진을 찍고 싶었던 것인데, 그러다 보니 자꾸 상대가 모르게 찍게 되고, 거의 시선이 아래쪽으로 가 있는 사진이 나오게 된 것이지요. 제가 카메라를 응시하는 시선이 좋다고 한 건, 이런 경험 때문일지도 모르겠어요. 그 눈이 어쩐지…… 제 카메라를 어색해하지 않는, 친근함을 나타내 주는 것 같아서요. 어쨌든 사람들도 다들 카메라 앞에서 태연하기가 쉬운 것도 아니고, 저는 언제 셔터를 눌러야 할지 망설이다가 결국 아무 것도 찍지 못하곤 했습니다. 특히 실내에서 찍게 되면, 어두운 만큼 빛을 많이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에 셔터 스피드가 길어지게 되고, 순간 포착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사진을 찍는 것은 더 어려워집니다. 하지만 용기내어 몇 장 찍어보니까, 타이밍만 잘 맞는다면 1/2초 정도의 느린 셔터에서도 충분히 자연스러운 사진이 나오더라고요. 기뻤습니다. 물론 그만큼 실패하는 사진도 많지만 말예요.
 지금의 제 인물 사진은 처음과 비교해서 상당히 사람들에게 가까이 가 있습니다. 사람이 크게 나타나 있다는 것이죠. 또 이런 것에 구애되어, 현재의 찍는 구도라든가 패턴은 상당히 고정화되어있다는 느낌이어서, 좀 더 살펴보고 변화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사람의 성격이나 개성을 잘 나타내는 사진을 찍고 있지는 못하지만, 지금은 그저 일상의 순간을 기록하고 싶습니다. 가족과, 친구와…… 그런 사람들을요. 사람에 상처받아도, 그래도 역시 사람이 좋은가 봅니다. 그래서 계속 계속 그런 생각을 해요. 어느 순간 누군가가 무척 예뻐 보여서, 사랑스러워서, 언제까지나 눈에 담고 싶은…… 그런 모습을 보게 되면, 사진을 찍지 않더라도 바라보면서 기억하고 또 기억하려고 합니다. 처음 사진을 찍기 시작한 동기가 무엇이든, 사진은 어렵지만 매력적인 존재임은 틀림없어요.

 아무튼 처음으로 돌아가서, 사진을 보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사진을 찍어주던, 기억하고 싶은 그 사람의 얼굴이 보이지 않으면 허전한 기분이 들지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찍던 마음처럼요. 인화된 사진을 볼 때, 자신의 모습뿐만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건 마찬가지니까요. 더욱이…… 쉽게 만날 수 없는 사람이라면.
 그래서 다른 이가 찍어주었던, 제 사진 한 장을 같이 넣었습니다. 함께 만났을 때의 저는 거기에 없지만, 보고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요, 다음부턴 좀더, "나도 찍어 줘."란 말을 많이 하고 싶습니다. 함께 있고 싶어요. 그리고, 많이 찍고 싶습니다. 그러면 언젠가 예쁘고 즐거운 사진이 나올 수 있겠지요.



 ……아, 그런데 왠지 이런 글을 쓰고 나면 앞으로 사람들의 사진을 찍는 게 부끄러워질 것 같아요. 아하핫.
by 미르시내 | 2007/01/09 19:59 | 롤리 | 트랙백(1) | 덧글(19)
2006년 11월 30일
겨울로, 그리고 다시 가을로
 11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아울러 가을의 끝이기도 하지요. 사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달 단위로 나눈다는 게 억지스럽긴 하지만 어쨌든 내일부턴 겨울이네요. 11월은 가을이라기보다는 겨울이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저에게만 그런지 모르겠지만요. '이제 겨울이구나―' 했다가 12월, 1월, 2월 하고 세어 보고는 '아, 아직 가을인가.' 하곤 하지요. 11월은 연말이라 그렇게 느껴지나 봅니다.
 올해는 가을이 30일 정도밖에 안 되었다고 하더군요. 우리나라에서 4계절의 아름다움을 모두 느낄 수 있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는 저로서는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30일 정도 되는 가을도 제대로 된 가을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날씨만 서늘했다 뿐이지 나뭇잎은 초록빛을 띠고 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9월은 여름의 연장인 듯 더웠고, 10월은 잠시 추웠다가 서늘한 날씨가 되었다가, 그렇게 한겨울 같은 추위를 몇 번 반복하며 날씨가 오락가락하더니, 11월쯤에서야 비로소 제가 있는 곳에선 단풍이 많이 물들어서, 가을 느낌이 났던 것 같아요.
 11월의 끝자락, 왠지 가을을 이대로 보내기 서운해서 하루 날 잡아 학교 안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더랬습니다. 필름이 많이 남아서는 절대 아니고요. 몇 장은 11월 초, 중순에 찍은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11월 하순 경에 찍은 사진들이에요. 가을 사진을 찍은 다음 날 나뭇잎들이 우수수 다 떨어졌길래 얼마나 안도했는지 모릅니다. 왠지 그 며칠 간이 저에겐, 진정한 가을이었던 것 같기도 해요.
 제가 공부하는 5호관 빌딩……은 아니고 5호관 건물 중간에 솟아올라 있는 시계입니다. 그리고 플라타너스 잎.
 이렇게 생긴 건물 위에 아까같은 기둥(?)이 또 붙어 있지요.
 플라타너스. 저는 붓으로 겹칠한 듯이 벗겨진 플라타너스의 줄기와 역시 그림처럼 색색으로 물드는 잎을 좋아합니다.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플라타너스/너의 머리는 어느덧 파아란 하늘에 젖어 있다'……. 벼, 별로 하늘이 파랗지 않아!!!
 도서관 지하로 가는 길. 보이진 않지만 작은 오솔길도 있어요. 여기 나무들은 거의 단풍나무일 텐데…….
 떨어져 있는 건 은행잎과 기타 등등 잎 같네요.
 그 기타 등등 잎의 정체입니다. 이름을 모르겠네요. 그리고 은행나무, 도서관 뒷(?)모습, 하늘.
 5호관 동쪽과 남쪽이 맞붙은 곳으로 나오면 바로 보이는 나무입니다. 빨간색 노랑색이 어우러진 잎에 역광이 비쳐 투명한 빛을 내는 것이 예뻤는데, 너무 산만하게 나왔군요.
 주안역에서 학교로 오는 버스 안에서. 학교가 가까워 올 때 쯤, 그리고 은행나무 잎이 풍성할 때 쯤 찍었습니다. 학교 건물이 같이 찍혔으면 하고 바랐었는데 하이테크관이 나왔군요. 학교 로고까지 나왔으니 성공. 버스 창틀에 가려진 부분까지 합해서 '인하대학교'라고 써 있습니다.
 이 반대 차로에서 저 연두색 마을버스를 타고 왔어요. 사진 오른쪽에는 학교가 있고요, 사진 중앙에는 연인이 있네요? 아니 원래, 왼쪽 은행나무의 노란색과 오른쪽 녹색 잎을 대조시켜 찍으려고 했는데 오른쪽 나뭇잎은 많이 떨어져서 잘 대조가 안 되고……. 찍으려고 하니까 어떤 연인이 사이좋게 가로수길을 지나가더라고요.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어서 찍었으나 뭔가 가슴이 아픈 이유는 뭘까요.
 연인, 아니 가로수길에서 눈을 돌려 잠시 시선을 아래로 향했습니다. 주눅들어서 고개를 숙인 건 아닙니다. 늘어선 버스 사이로 느슨하게 비치는 빛― 그리고 그 빛을 받은 은행잎들.
 학교에는 문이 다섯 개 있는데요, 정문, 후문이 있고 정문 쪽에 2개, 후문 쪽에 1개의 쪽문이 있습니다. 버스를 타고 내려 횡단보도를 건너면 좁은 길을 지나 쪽문으로 가는 길을 애용합니다. 제가 수업받는 5호관과, 근무하는 도서관 쪽에 가깝거든요. 쪽문으로 들어와서 구비구비 가다가 왼쪽에 있는 단풍나무를 찍었습니다. 이대로 계단을 올라가면 시야가 차오르면서 하늘로부터 5호관 건물이 보이기 시작하는데요, 그 느낌 정말 좋아요.
 쪽문에서 도서관 쪽으로 오다가 찍은 하늘. 지, 지저분하군요.
 시간이 지나 노을. 가을은 푸른 하늘도 하늘이지만 해가 질 때의 하늘이 정말 황홀하도록 예쁜 것 같습니다. 특히 먹구름이 자주 껴서 매우 아름답더라고요. 언제나 못 찍다가 필름이 남아서 막판에 하나 찍었는데, 하필 그 날은 하늘에 붉은빛도 없고 먹구름도 없고 밋밋한 거에요. ……그런데 사진은 왜 이렇게 나왔는지 궁금합니다. 원래 실루엣 처리된 아래에는 학생들이 주안역까지 운행하는 스쿨버스를 이용하려고 줄 서 있습니다. 저 가로등마다 동네별로 스쿨버스가 서요.
 어머, 사진 질이 갑자기 좋아졌네요. 롤라이 35로 찍은 가을, 가을로……. 날이 저물었습니다. 올해의 가을도 이렇게 가고 있군요. 내년에 다시 돌아올 가을을 기다리며, 이제 겨울을 맞이해야겠습니다.
 11월의 마지막 날, 오늘은 눈이 왔더라고요. 저번에 비와 섞여 내리던 첫눈은, 전 보지 못했었거든요. 저에게는 사실상의 첫눈이기도 해요. 아침에 나올 때 시선을 스치던 눈 한 자락이 거짓말 같고 꿈 같았습니다. 저 일기예보 잘 안 챙겨 보거든요. 그래서 더 반가웠어요. 버스를 타고 가는 길에는 눈이 점점 더 많아져서 정말 눈처럼 내리고. 가을의 끝을 고하며 첫눈이 내렸던 걸까요. 이제는 다시, 내년의 가을로― 향하겠군요. 그리고 내일 당장 시험으로.
by 미르시내 | 2006/11/30 19:44 | 롤리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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