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9월 01일
타인으로부터의 자유, 나에게로의 구속
 9월 1일, 개강입니다……만 오늘은 수업이 없군요. 사진 맡기러 나갈까 했습니다만 비가 와서 그냥 집에 있습니다. 미처 정리하지 못한 일들을 끝낼 예정입니다. 묘하게 집중이 되는 하루네요.
 음, 4학년 2학기, 마지막 학기인데요. 사실은 도서관 근로를 그만두었습니다. 원래 졸업할 때까지 할 생각이었는데, 개강을 2주 앞두고 수업 시간표를 짜다 보니 정말 대책이 없더군요. 한 학기 안에 졸업 학점도 채워야 하고, 논문도 써야 하고, 공부도 해야 하고, 취업 준비도 해야 하고……. 그냥 뭐 이것저것 할 일이 태산이길래 결국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래도 그 동안 가능하면 한 학기당 최대 학점을 들으려고 노력했습니다만, 재수강을 여러 번 하다 보니 전체 학점이 그리 넉넉지는 않네요. 원래대로라면 이번 학기에 무려 18학점을 들어야 하는데, 영어와 컴퓨터는 토익과 자격증으로 대체한다고 생각하고 최소한으로 줄였습니다. 한 학기 동안 죽어라고 해봐야죠. 아니면 학교 졸업 못 하는 거고. 아하하하. 그런데도 이번 학기에 마지막 재수강이 있어서, 뭐 별로 널널한 학기는 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 동안 '다음 학기에, 다음 학기에' 하면서 듣고 싶은 과목을 미뤄온 게 많은데, 이제는 시간이 없어서 못 듣게 됐으니 좀 아쉽네요.
 오늘은 도서관 카운터에 저 대신 다른 사람이 앉아 있겠죠. 제가 2006년 9월부터 해서 2008년 8월까지 했으니, 꼬박 2년 한 셈이네요. 와, 그래도 꽤 오래 했다……. 일 자체는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었지만, 어쨌든 좋은 경험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알게 해 주었으니까요. 일단 친해지려면, 무조건 먼저 말을 걸어라! 랄까요.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일지, 혹시 비웃지는 않을지, 내 말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그런 거 걱정하지 말고 일단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뻔해 보이는 대화일지라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이것이 2년 동안 일을 하면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이라고 생각합니다. 음, 아르바이트는 인생 경험이라는 말의 의미를 알 것 같아요. 일의 난이도나 돈 벌기의 어려움을 떠나서,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교훈을 얻게 되었습니다. 직장 상사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이제 와서는 스트레스 받지 않고 좀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어쨌든 막상 그만두려니 아쉽더군요. 오래 해서 그런가, 갑작스레 결정해서 그런가……. 이젠 안녕이구나, 올 일이 없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그 동안 본다 본다 하고 못 본 DVD들도 아깝고……. 그래서 사실상 저번주 수요일에 제 일은 다 끝났습니다만, 5층에 눌러앉아서 며칠 간 DVD들을 연이어서 계속 봤습니다. 막상 이 자리에서 떠나게 되면 이만큼 많이 볼 기회가 없을 텐데, 진작 잘 활용하지 못하고 뭐 했나 싶기도 하고. 원래 손에서 떠날 때야 그 소중함을 알게 된다고 하잖아요. 으음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학기부터 월급이 또 오르는데, 그게 참 아깝습니다. 이젠 전 무엇으로 먹고 살아야 하나요.
 그리고 또 특별한 일이 있다면,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제게 연락이 안 될 거에요. 번호를 바꾼다거나 하는 건 아니고 그냥 사용하지 않습니다. 원래 올해 초부터 그러고 싶었는데, 도서관에 묶여 있다 보니 제 마음대로 연락처를 없앨 수가 없어서요. 그래서 도서관을 그만둔 김에 확실하게 끊어버릴 예정입니다. 사소한 것인데도 이것저것 신경이 많이 쓰이네요. 제가 좀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하지 못합니다. 집중을 하다가 무언가가 파고 들어오면 다시 집중하기가 힘들어요. 참 힘들게 삽니다. 으흐흐. 더불어 가급적이면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네요. 그 안에서 소용돌이치는 감정이 싫고, 제대로 서 있지 못하는 저도 싫습니다. 일단 올해 말까지는 사용하지 않는데, 더 연장이 될지 어쩔지 그 때 상태를 봐서 결정할 예정입니다. 부디 순조롭게 잘 되었으면 좋겠네요. 그 때 다시 연락을 드릴테니,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4개월 연락 안 했다고 끊길 인연이라면, 아무 것도 아니겠지요.
 제가 타인에게 영향을 잘 받는지라, 이것저것 하다 보면 아무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할 것 같아서 잠시 혼자가 되는 것을 택했습니다. 외롭기도 하지만 후련하기도 합니다. 다만 여기에 잠식당하지는 말아야겠지요. 그토록 원했던,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는 순간이 왔습니다. 이제 포기한 그 어떤 것도 아깝지 않게, 오롯이 자신의 안에서 최대한으로 노력하겠습니다.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닌 건 압니다만, 어쩔 수 없어요. 여러분이 이해해 주신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그럼 앞으로도, 열심히 달려 보겠습니다!
by 미르시내 | 2008/09/01 15:38 | 일상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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