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3월 08일
이 곳에 올라 세상을 바라보면 나는 언제든 자유로워질 수 있어
가장 그럴 듯 하게 나온 노출의 사진이 필름 첫 프레임이라, 아쉬운 대로 크로핑.

 겨울 방학 동안, 새벽에 학원을 다니면서 오전 시간에는 도서관 근로를 하는 생활을 계속했다. 지금은 '도서관 근로'가 '학교 수업 및 도서관 근로'로 바뀌었을 뿐이다. 덕분에 학교까지는 버스를 타는 대신 운동 삼아서 3~40분 정도 걸어가곤 한다. 제물포에서 남구청을 지나 용현 시장 뒷편으로 쭈욱 가면 거의 다 온 셈. 이제 '독쟁이 고개'라 불리는 완만한 언덕을 올라간 후 골목을 따라 학교로 도착하면 된다.
언덕을 올라 앞을 응시하면…….

 그런데 바로 그 언덕을 오를 때에, 나는 조금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겨울이다 보니 일출 시간이 늦어서, 학원을 나올 당시에는 컴컴한데도 학교로 오는 도중 해가 뜬다. 그런데 태양이 하늘을 물들이며, 그 빛에 감싸여 떠오르는 순간이 바로 언덕을 오르는 시간인 것이다. 실제로 나는, 오르막길을 오름에 따라 조금씩 어떤 대상의 부분으로부터 전체를 맞게 되는 그 벅참을 매우 좋아하는 편이다. 남부터미널 역으로 나와 길을 따라 올라가면 둥그런 지붕 끝부터 보이기 시작하던 오페라 극장도, 쪽문으로 들어가 계단을 오르면 흔들림과 함께 눈에 차오르는 5호관도. 시야가 채워짐과 함께 가슴도 채워진다. 독쟁이 고개 역시 마찬가지였다. 숨을 고르며 언덕을 오르면, 시야가 넓어지면서 눈에 하늘이 서서히 차오른다. 그 풍경이 점점 내 눈 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그것은 무척이나 두근거려서, 마치 꿈꾸는 언덕에 올라온 느낌이다. 특히나 숨이 막힐 정도의 아름다운 순간이라면 더욱 더.   
같은 위치에서. '해돋이 식당'이라니, 뭘 좀 아신다.

 매일 매일 습관처럼 길을 돌아…… 고개를 오르면서도 그 때마다 '이번엔 과연 어떤 광경이 펼쳐질지' 기대한다. 건물로 가리어져 있던 하늘이 도화지처럼 눈앞에 펼쳐지면 마치 어둠에서 빛의 세계로 나아가는 기분이다. 그래. 언제까지고 이 일출을 볼 수 있을지 모를 거라 생각하면서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그 빛들을 매일 매일 눈에 담고 있었더랬다. 때로는 곱게 짠 비단을 물들이는 듯 애틋하기도 하며, 때로는 여러 군데 낀 구름에 세상이 끝나가는 듯한 극적인 장관을 연출해 내는, 같으면서 다른 모습의 빛을. 조금씩 일출 시간이 당겨지고 있어서 학원이 끝나면 날은 밝아 있고, 이제는 독쟁이 고개에 도착해도 해는 하늘 저 높이 뜬 채 찬란한 황금빛을 쏟아내리고 있을 뿐이지만 말이다.
독쟁이 고개와 용현 고개. 오직 눈에만 담았을 뿐, 독쟁이 고개의 일출을 사진으로 찍은 것은 단 한 번 뿐이다.
by 미르시내 | 2008/03/08 17:16 | 일상 | 트랙백 | 덧글(9)
트랙백 주소 : http://mirsinae.egloos.com/tb/3651665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텐(天) at 2008/03/08 17:23
사진 멋져요!! 전 주로 아침에 버스 타러 터미널에 가면서 이런 모습을 보곤 해요. 딱 2호선이 잠실철교를 넘어 강변역으로 갈 때 저 풍경을 볼 수 있는 시기가 있거든요. 건물은 다 새카맣게 보이는데 뒤로 하늘이 붉게 물들어가는 거요... 보고 있으면 기분이 참 좋아진답니다.
Commented at 2008/03/08 21:0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8/03/09 08:3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미르시내 at 2008/03/11 09:48
/텐님/
제대로 나온 게 없는 듯 하지만... 감사합니다.
아, 거기 어딘지 알 것 같아요. 새벽에 보는 풍경은 더욱 멋지겠네요...

/비공개 1양/
아... 왠지 그 풍경이 눈에 그려지는 듯 하네.
응, 그냥 가만히 바라볼 때의 느낌은... 뭐라 말할 수 없어.
그 때만은 오직 다른 세계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
푸하하 마음이 빡빡해진건가... 새내기 때가 언제야~
해가 뜨든 말든^^;;; 요새 세상이 무서워서 그래. (...)
그래도 어느 순간 넋을 잃고 보게 되는 때가 있지 않을까.
그나저나 뭐야, 이 리플은 미괄식이구나? (...)
보고 싶다는 말을 들으면 더 보고 싶어지는데...

/비공개 2님/
네, 그냥저냥 지내고 있습니다.
...에에, 저는 전혀 그렇게 생각 안 했는데 변했나요?;
이건 뭐 문장도 변하고 성격도 변하고 타락의 길로... 푸하하.
사실 전 미르시내를 사칭한 다른 사람입니다. 말씀 전해드릴게요. (?)
Commented at 2008/03/11 21:1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8/03/14 12:3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미르시내 at 2008/03/17 17:10
/비공개 1님/
그쵸- 겨울의 하늘은 예뻐요. 특히 밤하늘은...
그 쪽은 새벽에도 별이 보일 정도인가요? 아아아~
시간이 은근히 빠른 것 같죠. 같은 시간인데도 어느 새인가 벌써 밝아져 있고...
봄=사회인이 성립되는 건가요. ^^;;; 아악 갑자기 그 얘기를 하니 저도...-_-;
같은 풍경이라도 당시 처해 있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게 많은 듯 해요.
무려 무섭다...라니... 그 후에는 왠지 같은 하늘을 봐도 그 느낌이 연상되지 않으려나요.
아니 뭐 그렇게 변명(?)을 하실 것까지야...^^;;; 감사합니다.
여기저기 왔다갔다 하느라 해가 뜬 지 한참만에 찍었던 거라 더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저도 학기 시작하고 나서는 새벽 하늘을 접할 수 없었던... 뭐가 부끄러우세욧!

/비공개 2양/
아니 이 분들이! 왜 다 비공개?!?!??!!?!?!!
아하하, 고마워. 하늘은 언제든 참 멋진 것 같아.
그렇긴 하겠다~ 금방 또 시간이 흘러가겠지 우훗.
꺄악 석양도 좋아 노을도 좋아 황혼도 좋아. (???)
나는 뭐... 사생활은 커녕 내 공부 할 시간도 없네...;
너도 많이 복잡한 것 같아. 난 건강하니 걱정 말고, 너도 열심히. 으흐흐.
아아아아아 그치 나 저 가사 너무 좋아해~ 그 기분이 그대로 전해 오는 느낌이야!!! ㅠ_ㅠ
아아 그대를 생각하는 것만으로~안고 싶어 그 부분까지도 진짜 진짜!!!
가슴을 깊게 누르는 것 같아... 가사도, 선율도, 목소리도...
Commented by 이정균 at 2013/09/08 13:27
사진 좀 구할 수 있나요?
저는 10월에 독정마을 나눔 한마당이라는 행사를 비룡쉼터에서 하려고 하는 사람입니다.
행사 홍보에 쓸 사진을 구하고 있습니다.
꼭 좀 부탁드립니다.
저는 용현동 15,16,17통 중심으로 해서 용현3동 동네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용두레란 모임에 있습니다.
이제 막 시작해서 사람도 없고...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함께 참여하실 수 있으면 더욱 좋겠습니다.
(010-4767-7495)
Commented by 미르시내 at 2013/10/06 09:54
안녕하세요. ^^ 답글이 많이 늦었네요. 죄송합니다. 요즘에 이글루에 접속을 잘 안하다보니...
이미 10월인데 행사 준비는 어떻게 잘 진행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아쉽지만 제가 용현동 근처에 거주하고 있지 않아서요. 행사 취지에 맞는 사진은 없을 거라 생각됩니다.
도움을 못 드려 죄송합니다. 아무쪼록 성공적으로 행사 마치길 바랄게요. ^^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