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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2월 29일
종로 학원에서 수업을 듣고 있으면 밖에서 소방차 소리가 들릴 때가 많다.
아마 처음으로 자각한 것은 정부중앙청사 사무실에 불이 났던 그 날이었을 것이다. 수업 하는 도중에 밖에서 소방차 소리가 왱왱대며 저쪽에서 이쪽으로 흘러 들어왔다. 대수롭지 않게 '웬 불이지……?'라고 생각했었고, 다음날, 정부중앙청사에 불이 났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 불은 자정에 난 거니까 그 건은 아닌 것 같지만. * * * ……며칠 전, 집에 불이 났었다. 그 날은 눈이 왔고, 엄마는 춥다고 일찍 오라고 말씀하셨다. 그 당시 나는 학원에서 돌아오는 버스에서 음악을 들으며 자고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집 앞까지 바로 가는 버스를 타려고 기다렸다. 버스정보시스템 전광판을 보니 11분 후. 자주 오는 버스인데, 웬일인지 평소보다 느리다. 주머니에서 무심코 핸드폰을 꺼내어 보니 부재중 전화 한 통이 와 있다. 엄마다. 전화를 거니 대뜸 어디냐고, 왜 전화를 안 받냐고 소리친다. 나는 원래 이 날은 이 시간에 오지 않나―하고 되려 화를 냈다. ……그런데 엄마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집에 큰 일이 났단다…………. 나는 왜 그러냐고 물었고 엄마는 아버지도 연락이 안 된다고 했다. 무슨 일이냐고 계속 물어도 계속 큰일났다는 말 뿐이다. 알았다고, 어서 가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은 후 택시를 탔다. 그래서 나는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있는 줄만 알았다. 노무현 물러났으니 이제 올라오시는 건가……. 그런데 오다가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교통사고라도 난 건가. 평소에 아무 감정 없던 사람에게 '노무현 이 ×× 죽여버려.' 하면서 애꿎은 욕을 중얼거리며 택시를 탔다. 제발 아무 말 하지 말아 주었으면 했지만, 기사 아저씨는 마냥 즐거운 듯이 보였다. "이쪽 길은 눈이 아직 그대로 있네요―"라는 말에 나는 "차가 많이 안 다녀서 그런가봐요."라고 기계적으로 답했다. 아니 어쩌면, 애써 불안을 떨쳐버리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집에 오는 그 3분 가량이 그렇게 길 수가 없었다. 그런데…… 집에 오는 길에 소방차가 있는 거다……. 아저씨는 웬 소방차냐, 어디 불 났나―하고 아무렇지 않게 중얼거리셨고, 나는 불길한 예감과 어렴풋한 확신으로 우리 집일지도 몰라요……라고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말을 애써 삼켰다. 내려서 달렸다……. 온갖 생각이 다 났다. 살면서 그렇게 생존에 대한 강한 위기감을 느낀 적이 없었다. 내가 다 잘못했다고,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그러니 제발 아니게 해달라고 하늘에 빌었다. 엄마는 통화를 했으니 아무 일 없겠지. 그렇겠지……? 집이 없어지면 사라질 모든 것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지나갔다. 달려서…… 골목 들어가는 길에 가까워 오니 더 많은 소방차가 보인다. 가슴이 내려앉았다. 앰뷸런스도 있다. 왼쪽으로 꺾어 돌았다. 여러 대의 소방차가 우리 집으로 들어가는 골목을 막고 있다. 비집고 들어가 집을 확인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2층에 불이 켜져 있다……. 최소한 불이 난 것은 아닌 거야. 그러나 1층, 2층, 지하, 온 집의 문과 창문이 훤하게 열려 있었다. 눈은 여전히 내리고 있었고, 엄마와 소방수 아저씨들이 모자를 뒤집어쓰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가슴이 뛰었다. 그러나 놀라서 달려가지도 않았다.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겨 그 곁에 섰다. 아무 말 하지 않은 채 멍하니 서 있었다. 아는 체 하지도 않았고 끼어들지도 않았다. 그래, 야속하게도 눈은 계속 내리고 있었다. 눈앞을 희미하게 가려 정신마저 혼미해질 만큼. 평소에 그 어떤 불편이 있더라도 좋아하던 눈이 그렇게 원망스러운 적이 없었다. 현장 검증이 끝나갈 때 쯤, 나는 비로소 엄마를 꼭 안고 "무서웠지……?"라고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그렇게, 집 뒷편은 모두 탔다. 몇 달 째 세금을 내지 않아 이미 전기와 가스는 끊겨 버린 집이었다. 아내는 도망가고, 아이들도 없는 그 방 안에서 촛불을 켜고 술에 취해 잠들다 불이 번진 것이라고 한다. 일단 진술은 그렇다고 한다. 그런데 혹시 모르지. 사람들이 불이 난 것을 알아차리고 밖에 나왔을 때는 그 사람은 이미 밖으로 나와 멍하니 있었다고 하니. 그래도 집 앞쪽으로 불길이 타고 올라오기 전에 진화해서 천만다행이다.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집은 연기 냄새로 가득 차 있었고 열어 놓은 창문 사이로 찬바람이 들어왔다. 깎아 놓은 단감이 그대로 있었다. 나는 숨을 들이쉬며 무심하게 가방의 책을 비웠다. 소식을 듣고 온 옆집 아줌마가 엄마를 위로하는데, 나는 제발 조용히 해 줬으면 했다. 얼마 후 아버지에게 전화가 왔다. 여전히 건설 현장에 있던 아버지는 그 후에 이웃과 친척에게 연락했으나 다 끝난걸, 뭐. 그 날 옆집에 가서 잠을 청했다. 그러나 잠이 오지 않았다. 장판은 뜨거워 땀이 났고, 몇 번이나 깨어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지금, 아버지는 일을 중단한 채 아주 돌아오셨다. 그리고 경찰서 진술도 끝냈고, 타버린 뒷집도 보았고, 지하에 들어간 물도 퍼냈고, 이제는 집 안의 매쾌한 냄새가 정겹기까지 하다. 아마 오늘은 기록 사진을 찍을 것이다. 녹아버린 TV와 뼈대만 남은 침대를 말이지. 한바탕 지나갔고 정리되었으니 이제는 좀 안정되었지만……. 정말로 내 인생에서 최고로 놀란 순간이 아닌가 싶다. …………………………. ……돈을 내지 않고, 도망가고, 여러 가지로 시끄러웠던 세입자들 때문에 엄마는 힘들어하셨고 집이 싫다고 하셨지만 나는 오랫동안 살았던 이 집을 떠나고 싶지 않았었다. 비록 가난하고 꾸질꾸질한 동네였고 어린 시절 이웃들은 차례차례 이사를 가 이제는 한 집밖에 남지 않았지만 나는 아직은 굳이 떠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아무리 그런 동네라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방화라면 말이지. 그러나 그처럼 사람을 죽이고 싶다는 마음이 든 것도 처음이었고, 그렇게 이 동네를 떠나고 싶다고 생각한 것도 처음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영화나 소설에서는 극한의 상황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그리고, 그것을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본다. 아무리 감정 이입을 한다 하더라도 잠시 눈을 찡그리는 것 뿐이다. 그러나 실제 그런 일이 현실에서 일어난다면, 그 때에서야 비로소 얼마나 가슴 졸이고 떨릴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날 난 누군가가 죽는 영화를 보았었고, '안 돼……'라고 중얼거렸었다. 그러나 내가 같은 날에, 그 말을 다시 내뱉게 될 줄은 몰랐었다. "왜 그렇게 되어야만 하는가?" 영화나 소설을 볼 때는 언제나 그렇게 생각했다. 사람이 예술을 접할 때에는 어느 정도의 기대치가 있다. 사실 모두가 행복했으면 하는 게 공통된 바람이겠지. 그러나 절대 그것만은― 원하지 않는 일이, '하필' 일어나 버린다. 이를테면 사람이 죽는다든가 하는 것. 그래서 사람들은, 제 맘에 들지 않는 작품에는 질시를 하며 때로는 그 결말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러한, 바라지 않는 그런 상황이 바로 내 앞에서, 현실에서 일어났다.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야 하는가……?" 남의 일인 줄로만 알았던 그런 일이 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은 남의 일이며, 나는 언제나 예외라고 생각했던 것은 오산이었다. 그러나 나는 여러 번의 위기를 겪으며 질긴, 아니 빛나는 생명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1999년 동인천― 인현동 호프에서 화재가 일어났을 때 이모는 놀라 사촌언니에게 연락했다고 한다. 2003년, 고 3 올라가던 겨울방학의 생일 날, 자습을 나가기 위해 집을 나서는데 문 앞 신문에는 전 날 있었던 대구 지하철 참사의 기사가 나 있었다. 뼈대만 남은 유령열차 같은 사진이 처참하게 눈을 자극했다. 나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케익을 먹으며 그 신문을 보았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후 나는, 아버지가 해 주신 대구 지하철 일화에 눈물을 흘렸고, 그런 거 못 한다는 아버지께 억지로 문자 쓰는 법을 가르쳐 드렸다. 그 이야기 속에서처럼, 아버지가 나에게 가장 먼저 보낸 문자는 '사랑해'였다. 그리고 나는 재작년 4월 5일의 그 문자를 지금도 문자함 가장 밑바닥에 저장해두고 있다. 지금도 아버지는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언제나 당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의 표현을 사용하여 엄마와 나에게 문자를 보내곤 하신다. 그리고 이번에는, 언제나 무음이었던 핸드폰을 진동으로 바꿔놓을까 하는 생각을 심각하게 하고 있다. * * * 그저께 학원에서 또, 소방차 소리가 들렸다. 멀어서 아득하게가 아니라 바로 앞에서 신경질적으로 울렸다. 사람들의 웅성임도 그대로 전해져 왔다. 평소에 자주 들리는 소리였는데도 너무 컸는지 선생님도 '불이 정말 크게 났다 보다.'라고 하셨다. 멈추지 않고 머릿속에서 빙글빙글, 계속 왱왱 하고 맴돌아서,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트라우마. 며칠 전의 그 기억이 떠올라 소리와 함께 맴돌았다. 우리 집까지는 안 탔으니 망정이지. 화재를 겪은 사람이라면 충분히, 가뜩이나 신경 거슬리는 이 소리가― 귀를 드릴로 파고드는 것처럼 끔찍하게 들렸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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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eday 변하고 싶어 My Way 조금씩이라도 좋으니 Someday 저 사람은 굉장하다고 온 세상의 화제가 되고 싶어 Someday 과거를 뛰쳐나와 My Way 미지의 Big Town에서 Someday 이기고 돌아올거야 운전사가 있는 리무진으로 Someday 이 거리를 뛰어넘고 싶어 My way 뭔가 말해보라고 Someday 지금도 즐겁지만 좀더 좀더 기분 좋은 일 하고 싶어 (We Are Boys In Town) 이런 때도 있었다고 웃고 싶어 We Are Boys In Town……… 최근 등록된 덧글
네, 오랫만이에요~ㅠ_ㅠ/ (으억 다 ..
by 미르시내 at 10/06 진짜 오랜만이에요.ㅠ_ㅠ 작년이었던.. by kyung at 10/02 네에, 오랫만이지요. ^^;;; 아이고~.. by 미르시내 at 09/28 환절기라-피부도, 목도, 상태도 심각.. by 시온 at 09/27 푸하하하하 나오기로 기정사실화된 겁니.. by 미르시내 at 09/26 우왕 굿~ 과연 언제 나올까? +_+ TV.. by 텐(天) at 09/26 /비공개 1님/ 그쵸- 겨울의 하늘은 예.. by 미르시내 at 03/17 /텐님/ 제대로 나온 게 없는 듯 하지만... by 미르시내 at 03/11 사진 멋져요!! 전 주로 아침에 버스 타러.. by 텐(天) at 03/08 /밀리타/ 아, 그랬어...? 하긴 정말로.. by 미르시내 at 01/02 최근 등록된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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