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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6월 26일
올 여름 개봉한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마코토는, 전형적인 일본 애니메이션 주인공이다. 평범하지만 밝고, 구김살 없으며, 연애 문제에는 둔하다. 그럼에도 누구나에게 사랑을 받고, 그것을 탐탁치 않아하는 시청자들에게 '친구들에게 위기가 닥치면 혼자 해결하려 하는 천성적인 고운 마음씨'를 통해 '얘도 생각이 있다'는 것을 확인시키고 감동을 주며 미움을 사그러트린다. 여기에다가 '빼어난 운동신경'만 합쳐지면 전형적인 '미소녀 변신물'의 주인공이 완성된다 하겠다. 미소녀 변신 애니메이션을 즐겨 보던 어린 내가 '왜 만화 주인공들은 항상 저렇지?'라고 의문을 제기했을 때에 옆집 아주머니는 '평범한 주인공이어야 친근감을 줄 수 있으니까.'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그들은 내게 친근한 존재가 아니었다. 나는 그렇게 밝지도 못했고, 예쁘지도 않았으며, 매력이 있지도 않았다. 어렸을 때에 나를 좋아했던 이가 있다면, 내가 공부를 잘 했기 때문이었으리라. 마찬가지로 나는 그런 이들에게 동경이 있었다. 되고 싶은 존재였으며, 미움의 대상이었다. 왜 저들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데 사랑받을 수 있는 걸까? 사랑받으려 노력하고 있는 나는 왜 아무도 봐 주지 않는 걸까? 그래서였는지, 초등학교 때부터 그려왔었던 나의 만화 '미리내'의 주인공은, 나와 매우 비슷한 소녀였다. 어떤 사람들이 동감할 수 있도록. '밝은 척 하지만 속으로는 끝없이 고민하고 외로워하는 아이'라고. 단지 나는 거기에 그 동경을 더했다. 사실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아이라고. 내게 허락되지 않은 '사랑'이라는 그 작은 행운을 부여해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선택받은 존재가 아니었으니까.
전형적인 모범생이었던 나는 사람들이 나를 그렇게만 보는 것이 싫어서, 나사 빠진 듯 스스로를 풀었다. 속은 음울한 채였지만 겉으로는 애써 밝은 척 행동했다. 그렇다 해도 구김살 없는 모습은 될 수 없었고, 어느 샌가 나는 '정말로 어리버리한 아이'이자 '바보'가 되어 있었다. 내가 바꾸려 해도 할 수 없었다. 이미 공부를 잘 하지도 못했다. 그림을 잘 그리지도 못했다. 세상은 너무 넓어서 내가 지극히 평범한 존재가 되어 버렸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아무리 변화하려 해도 할 수 없었다. 나는 이미 반짝반짝 빛날 수가 없었다. 똑바로 서 있으려 해도 할 수 없었다. 사랑받을 자격이 없었다. 나도 나의 이런 모습이 싫은걸.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않는 이런 상황에서 감정에 마음을 쏟을 수는 없었다. 성인이 된 후에, 정말로 만화에나 나올 듯한, 그런 사랑스러움을 간직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오랫 동안 의문이었던 '그들이 왜 사랑받아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은 풀렸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사람들은. 정말로 정말로, 사랑스러워서. 여자아이 같다고 싫어했던 그런 다정함이 처음으로 좋아졌다. 그렇게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그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기분을 알 것 같았다. 그들은 생각해서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천성인 거다. 최근 신기하게도 여러 사람들로부터 '밝다.'라는 말을 듣고 있다. 어째서일까. 내가 만들어 낸 이미지가 나를 가리는 데 성공한 것일까. 아니면 나도 모르는 천성이란 게 있는 걸까. 잘은 모르겠고 이해할 수 없어서 아니라고 거부했지만 그것은 듣기 싫은 말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기뻤다. 다른 사람이 나를 그렇게 보는데 내가 스스로를 어둠 속으로 침잠해 갈 필요는 없겠지. 그토록 싫었던 나란 존재가, 조금은 애정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럼 나도 사랑할 수 있다고, 누군가가 나의 손을 잡고 알려줄 날이 올 것인가. 그래,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마코토는 두 남자에게 사랑을 받는다. 고백의 순간을 맞지 않으려 시간을 뒤로 돌리기를 반복했지만, 후에 '누군가가 힘들게 했을지도 모른 고백을, 나는 왜 그렇게 무시해버렸을까. 왜 없던 일로 만들어버렸을까.'라는 것을 깨닫는다. 순간 예전 일이 떠오르면서, 처음으로 '그 말을 하느라 힘들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버렸다. 진심이었는지 아니었는지는 당사자만 알겠지만.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사랑을 받고 있는 주인공들. 될 수 없었기에 싫었고, 부러워했던 나였기에 조금은 현실적이었던 강경옥님의 작품들을 그렇게 좋아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좋아하는 줄 눈치채지 못했는데 사실은 좋아하고 있었더라.'라는 것보다 '좋아하는 걸까? 하고 혼자서만 설레발쳤는데 역시 아니었다.'라는 편이 누군가에게는 훨씬 현실적이다. 또한 그들은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고 있었다. 이미 미래에서 온 딸이 있고, 헤어지지 않는 미래가 있는 『미소녀전사 세일러문』이나, 8년 후의 결혼의 엔딩까지 보여 주는 『괴도 세인트 테일』이 있다면, '앞으로도 좋아하지 않을 거라면 돌아가줘.', '그래도 지금은 너를 아주 좋아해. 앞으로야 어찌됐든……'이라고 말했던 『현재진행형 ing』나 '나는 10년 후에도 이 사람을 만나게 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던 『17세의 나레이션』이 있었다. 스스로에 대한 애정이 조금 피어났다고 해도, 준비가 되었다고 해도, 마음만으로 되는 게 아니었다. 이런 건 머리로 하는 사랑이고, 지레 겁먹는 거라고 해도 할 수 없다.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을 영원히 만날 수 있는 보장이란 없잖아. 헤어지면 대부분 영원히 볼 수 없는 사람처럼 되어 버릴 테지. 그래도 영원을 믿고 싶었는데, 헤어질 것 같지 않았던 사람들이 헤어지는 걸 자꾸 보면 한 걸음 나서기가 두려워진다. '친구에서 연인으로'는 나의 로망이었지만, 영원히 갈 것이 아니라면 '둘이서만 아는 사이'가 훨씬 편하다. 과거의 시간을 달리며 되새길 뿐, 마코토처럼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지 않은가. 단지 그것 뿐이었다. 그 전형적이고 이상적인 주인공에 비위가 약간 상했으면서, 그들에게 주어진 해피 엔딩도 다시금 미워졌던 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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