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4월 19일
그녀 목소리
 저는 목소리가 애매합니다. 여성스럽지도 않고 남성스럽지도 않고 그렇다고 중성스럽지도 않습니다? 그다지 특별한 불만은 없지만요. 사실 제 목소리를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녹음된 거 들으면 낯설어요.
 어렸을 때부터 전화를 받으면, 다들 '남'동생 이름을 부르며 부모님 바꿔달라고 하곤 했습니다. 아주 어렸을 때는 아버지도 저희 목소리를 헷갈릴 때도 있었고요. 그래서 엄마는 언제나 '뚱하게 받지 말고 목소리 좀 예쁘게 하고 받아.'라고 하시지요. 지금은 집 전화를 받는 일도 잘 없지만, 핸드폰을 생각해보면…… 그래도 별로 예쁘게 받지는 않는군요. 푸헛.
 도서관에서 사람들을 맞이하는 제 목소리는 어떨까요.

미르시내 : 안녕히 가세요~

 이용 완료를 해 주고 인사를 한 뒤, 발권하려 앞에 서 있는 학생들이 있기에 고개를 들었습니다. 어라. 친구들이네요. 버엉~한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친 구 A  : ……너 목소리가 왜 그래.
미르시내 : 안녕. 내가 뭐.
 친 구 A  : 평소랑 달라!
미르시내 : 어머 뭐가?
 친 구 B  : 아무튼 발권.
미르시내 : ……여기 DVD 자리 아니거든. 제대로 좀 예약해.
 친 구 B  : 왜 우리한테만 이래! 아까의 그 목소리를 다시 내봐!


 그리고 아르바이트를 끝낸 뒤 함께 밥을 먹으러 갔습니다.

미르시내 : 근데 아까 내 목소리가 어땠길래 그래.
 친 구 B  : 허허허허 나 놀랐어?
 친 구 A  : 달랐어!
미르시내 : 뭐가아아아아!!!!!
 친 구 A  : 이것 봐! 지금은 으어어어어!!! 이러면서!
 친 구 B  : 아까는 '안녕히 가세요~'? 풉.
 친 구 A  : 막 목소리 여러 가지 있는 거 아냐? 평소 때 목소리랑, 알바할 때 목소리랑?

 ……인정합니다. 목소리 톤을 좀 높이긴 합니다. 친…절…해야지요. 으음. 가증스럽다 해도 어쩔 수 없어요. 무뚝뚝하거나 쌀쌀맞을 순 없잖아요!
 그러고 보니 대리출석 해 줄 때도 나름대로 머리 쓴답시고 목소리 다르게 낸 적이 있었군요. 근데 목소리를 바꾸어서 내니까 대리출석을 부탁한 오빠와 친구가 웃어 제끼더군요. 뭐가! 뭐가! 작은 강의실이라 어쩔 수 없다고! ……더 티가 나려나.
 또 예전에는 다른 식사 약속 때문에 점심을 같이 못 먹게 된 친구에게 미안해서 전화를 한 적이 있습니다.

미르시내 : 여보세요오~
 친 구 B  : 어. 밥 다 먹었어?
미르시내 : 지금 먹고 있다~
 친 구 B  : 맛있냐.
미르시내 : 그러엄~ 맛있지~
 친 구 B  : 뭐 있어?
미르시내 : 음~ 떡볶이랑~ 고구마 샐러드랑~ 통닭이랑~ 올리브 주스랑~ 그리고 또 음 음음~
 친 구 B  : 뭐 특이한 거 없냐.
미르시내 : 음… 아음…… 그러니까………… 아아아~
 친 구 B  : 없나 보네. 훗.
미르시내 : 아아아악! 아아아무튼 나중에 같이 오자~♡
 언 니 C  : (같이 먹고 있다가) …………나 지금 얘가 남자친구랑 통화하는 줄 알았어.
미르시내 : ……너가 남자친구래.

 전 단지 약올리기 위해 그런 것 뿐입니다. (미안해서 걸었다며?) 근데 글로 그걸 표현하려니 이게 웬 닭살.
 그러나 진정한 목소리 변조의 귀재는 제 곁에 있습니다. 평소에는 걸걸한(?) 목소리인데 출석에 대답할 때나 발표할 때만은 차분해지고 여성스러워져요.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인정합니다. 저번주엔 발표를 했었는데요.

미르시내 : 발표 잘 했어! 그나저나 나 목소리 변하는 거 보고 웃겨서 못 쳐다보겠더라. 푸하하.
 친 구 D  : 너 또 그런다!
미르시내 : 그러다 창선감의록 가족관계 설명하면서부터는 흥분해서 원래 목소리로 돌아오더라고. 낄낄낄낄.
 친 구 D  : 근데 난 정말 모르겠는데?
 언 니 C  : (와서는) D야~ 발표 잘 했어~
 친 구 D  : 어우 진짜 하기 싫었어!
 언 니 C  : 근데 목소리가 좀 달라지더라?
미르시내 : 푸하하하 그쵸! 그래서 웃긴 거 참느라 힘들었어요.
 언 니 C  : 중간부터는 원래대로 돌아오던데?
미르시내 : 크하하하 언니도 그거 느꼈구나, 종이 들고 가족관계 설명할 때부터요!
 언 니 C  : 어~ 오호호호. 그리고 마지막은 또 가라앉았어.
 친 구 D  : 악~ 다들 왜 이래~ 나는 다 내 목소리 같은데~
 오 빠 E  : (복도에서 걸어오면서) 어어~ 발표 잘 하시던데요~
미르시내 : 목소리 예뻤죠?
 오 빠 E  : 네에~ 다른 사람인 줄 알았어요!
 친 구 D  : 으아아악! 너 자꾸 그러지 마!!!
미르시내 : 꺄하하하.
 친 구 D  : 아무튼 그 (교생실습 간 짖궂은)오빠가 못 봐서 다행이야.
 언 니 C  : ……동영상으로 찍어서 보내려다 너가 보면 당황해서 발표 못 할까봐 말았어.

 이처럼 무의식적으로 상황을 인식해서 목소리가 달라지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일을 할 때 그렇게 의식적으로 무리해서 어색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는 않으니까요. 단지 좀 밝게 하려는 것 뿐. 평소에도 말하던 중간에 자신의 목소리를 인식하게 되면 각각 다른 걸 느끼고 있습니다. 때마다, 사람마다, 기분에 따라, 다르긴 하더라고요. 평소의 저는 좀 묵직하고도 들떠 있는 상태인데, 최근 감정을 가라앉히고 조용히 말하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내용이 달라지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지금 목소리가 좀 이상합니다. 어제도 알바를 했었는데 톤이 낮아지고 목소리가 잘 안 나오네요. 답답하고 칼칼하고……. 감기 걸리려나. 목소리가 변태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아직도 이상해요. 더 이상해져 가고 있는 듯……. 요새 시험 기간이라 5층에도 사람이 많아지는데 말이죠. 도서관 열람실 자리 못 맡은 학생들이 5층에 와서 DVD 안 보고, 컴퓨터 안 하고, 테이프 안 듣고, 대신 그 자리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쿨럭.
by 미르시내 | 2007/04/19 14:27 | 일상 | 트랙백 | 덧글(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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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shikishen at 2007/04/19 15:07
그러고 보니 팬텀오브디오페라를 부르실때의 시내님 목소리가.. 음.. 그런 거였군요. 근데 시내님 노래 들어본지 오래된 것 같네요...
Commented by 존슨 at 2007/04/19 16:41
인하대 학생증 빌려야겠네요
Commented by 미르시내 at 2007/04/19 18:18
/시키센님/
아하하, 그건 단지 제가 남자 파트를 부르기 때문에 목소리가 낮아질 수밖에 없는...
정말입니다? (...) 안 내려가는 부분도 있어요.
저도 시키센님의 상큼한 5센치를 들어본 지 오래된... 뵌 지도 오래된 것 같은데요?;

/존슨님/
학생증이랑 얼굴 다르면 쫓아냅니다? -3-
그리고 지금은 목소리가 이상하다니까요~
Commented by 비오네 at 2007/04/19 19:47
오옷.. 이거 새로운데요. 다음에 상냥한 목소리 한번 들려주시는겁니까...? ;;
그러고보니 저도 전에 무심결에 다른 사람이랑 착각하고 존슨님 전화 받았더니,
깜짝놀라면서 "아니, 오네횽아 목소리가 왜 그런가염...? ㅡ_ㅡ;;; "
...정작 저는 제 목소리가 이상했는지 어땠는지 기억이 없습니다만... ㅡ.,ㅡa
아무튼 시험기간에 컴퓨터를 안하고 자리에서 공부를 하다니... 이런 건전한 학생들... ㅡ_ㅡ;
Commented by kyung at 2007/04/19 20:03
저도 목소리가 애매한 편이어서 간혹 남자아이 목소리가 나오기도 해요. 요즘은 목이 좀 맛이가서 쇳소리까지 같이 나와요.-_-;
Commented by 시온 at 2007/04/19 20:36
듣기 좋은 저음이 아니라-음 그냥 여자치곤 걸걸하다 싶을정도의 저음 입니다.목소리를(깐다면)굉장히 중성틱하고-오히려 톤을 높이면 소년목소리 나오는;어릴땐 싫어 했는데도 지금은 그러려니 별수 있나 같이 살아야지 라고 생각.타고난걸요(;)이걸 바꿀수도 없고-_-;감기 조심하세요 미르시내님.올 감기 독하답니다ㅜ_-
Commented by 미르시내 at 2007/04/20 16:32
/비오네님/
상...냥...... 들으실 일은 없을겁니다?;;;;; 룰루랄라~
그나저나 누구로 착각하셨길래 예쁜(응?) 목소리를 내셨나요? 미처 몰랐어요. (?)
다들 계속 연장하면서 컴퓨터(...)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열심이군요. 저는......

/경님/
아, 저랑 비슷한 경우인가요? 그런데 전 여성스런 목소리라고 생각했는데...
쇳소리 으하하하 저는 지금 코맹맹이 소리가 나고 있어요.

/시온님/
싫어하셨군요. 그치만 중성틱에 소년이라 하악 왠지 끌리는데요? +_+
뭔가 성우 같아요... 오늘은 코까지 막혔습니다. OTL 감기 걸려가는 거 같아요. OTL
Commented by 숙희 at 2007/04/20 21:22
1주일도 안되서 새포스팅이 올라오다니!! (그게 중요한게 아니잖아!)
그건그렇고 님하 당황하면 목소리 크기가 많이 커지더군요..
전에 지하철에서 ㅋㄹ님이랑 무슨대화를 나누셨길래 그리 당황하셨는지..
옆에서 넋놓고 있다가 흠칫했다는..ㄲㄲ
Commented by 미르시내 at 2007/04/21 12:23
/숙희언니/
예리하시네요! 그건 중요합니다?! 바로 시험기간이기 때문이지요!
아, 저 목소리 많이 커져요? ......당황&흥분하면 목소리 커지는 거 맞는 듯;
지하철에서 그 일은 기억이 나는데 무슨 대화인지는 기억이 안 나요.
으아악 가물가물 아마 그 때도 무슨 얘기인지 모르고 지나가지 않았나요?; (왜;)
Commented by 비오네 at 2007/04/21 14:44
그러고보니 저도 기억이 나는군요.
키란님과 대화를 나누던 시내님이 당황하면서 목소리를 높이고 수습했던 '용산 시발' 사건... ;;
Commented by 미르시내 at 2007/04/23 17:19
/비오네님/
목소리를 높인 사건이랑 용산 始發 사건은 둘 다 기억이 나는데 같은 날이었나요?;
아악 왜 이러지 나의 기억력은 이렇지 않아!!!!! ...그런데 원인이 뭐였죠 정말?;
다음에 뵈면 목소리를 높여 자세한 설명을 듣겠...(...)
Commented by 존슨 at 2007/04/24 15:01
시발 자동차...

시내님 당황할때 막 허우적 대면서 에?에? 하면서 목소리 커지는게...

쌀짝 당황한 시내님 귀여워요?
Commented by 미르시내 at 2007/04/24 15:26
/존슨님/
달려 처박아 버릴 거야...가 아니고 그러니까 始發...ㅠ_ㅠ
에? 에? 목소리 커지.........는 건 그렇다 치고 허우적...입니까...
뭔지는 알겠는데 허우적... 허우적 허우적 허우적; OTL OTL OTL 안 귀여워요!
Commented by 존슨 at 2007/04/24 23:53
허우적 대고 있었지
(필승)


근데 시발자동차라고 진짜 있어요
Commented by 미르시내 at 2007/04/26 12:16
/존슨님/
이제부터 조신하게 말할텝니다. -_-+
시발자동차 검색해봤더니 아아... 그런 거였군요. 그러니까 始發이 맞...네요?!
Commented by 텐(天) at 2007/04/29 11:30
시내님, 벼락 맞아 흐르고 계시는 거군..........요.;;;;;
시험은 어떠세요? +_+ +_+ +_+ (저도 벼락맞을지도???)
Commented by JK at 2007/04/29 20:08
와~ 변태목소리
Commented by 미르시내 at 2007/04/30 18:29
/텐님/
벼락 맞아서 머리 상태가 말이 아닙니다...;;;;;;;;;; 찌릿찌릿 흐르고 있습니다.
아하하하 즐거운 시험~+_+_+_+ 덜컹덜컹 에잇 벼락을 내리겠습니다!
전지전능 제우스...까지는 안 되더라도 나름대로 하늘의 아들 미르입니다?

/JK님/
.........그러니까 JK님 맞으시죠?; 지금은 변태목소리가 아닙니다 크흣. -_-+
Commented by 키란 at 2007/04/30 19:05
블로그가 무서워요;
Commented by 비오네 at 2007/05/01 16:40
그러게요, 여기 분위기 왜 이래요;;
Commented by 미르시내 at 2007/05/01 18:36
/키란님/
무서워요? ㅠ_ㅠ 키란님이 무서워하신다면 즉시 바...꾸지는 않겠습니다.
낭만적이지 않나요? (...) 벼락이 치려면 어두워야...(?)

/비오네님/
비가 와서 벼락치잖아요! ...그러니까 분위기가 낭만적...인 밤하늘입니다...;
회색으로 하니까 별로 변한 게 없는 것 같아서 검정으로 하니 본문까지 까매져 버렸네요.
Commented by 숙희 at 2007/05/03 17:08
이뭐 4차원 삘이 나는군요.. ㄲㄲ
Commented by 미르시내 at 2007/05/03 20:39
/숙희언니/
와아~ 칭찬받았다~(?)
그렇죠! 우주는 드넓고 4차원적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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