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02월 08일
![]() 에릭 클랩튼의 공연을 가기 바로 전 날, 부산스럽게 집에 있던 unplugged와 journeyman을 번갈아 들으면서, 아주 오랫만에 듣게 된 Tears in Heaven은 꽤나 반가웠다. 익숙하게 흘러 나오는 그 전주와, 지금도 생생히 따라 부를 수 있는 가사, 허밍, 노래가 끝난 후 외치는 반가운 톤의 'Thank you'. 아마 Thank you가 있었던 것은 라이브 앨범이었기 때문이었으리라. 밝혀 두지만, 나는 지금도 에릭 클랩튼에 대해 잘 아는 것은 결코 아니다. 공연 가기 전 날 급한 마음으로 테이프와 CD를 계속 반복해서 듣고, 공연 당일에 대표곡들을 들어두던 정도였으니 말이다. 성격이 이 모양이다. 내가 공연에 가기로 결심한 것은 단지 어렸을 적 Tears in Heaven의 기억 때문이고, '기타의 신'이라 불리던 그 때문이고, 아버지와 같이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제 Tears in Heaven은 부르지 않는다던, 몇 년 전의 신문 기사가 기억이 나면서도, 꼭 가고 싶었다. Tears in Heaven의 악보를, 언제였는지 모르지만 테이프와 CD를 샀던 것도 아버지였고, 음악을 좋아하고, 기타를 좋아했던 것도 아버지였으니까. 결국 일이 있어서 혼자 공연을 보러 가게 되었지만, 어찌 되었든 공연은 가히 최고였고, 지금 나는 상당히 그가 좋아졌다는 것이다. 공연 날, 도서관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서둘러 전철을 타고 조금 일찍 공연장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 도착했다. 공연장의 분위기……라는 건 상당히 묘한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여기 있는 이 사람들이 모두 나와 같은 것을 좋아하는 거구나.'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물론 나의 경우엔 잘 알지 못하는 상대에 대한 상당한 호감……뿐이었지만, 그래도 어쨌든 상당히 오랫동안 기대했던 공연이었고 그 중에는 정말 많이 좋아하는 사람도 많을 테니까. 젊은 연인에서부터 중년 아줌마들, 중년 아저씨들, 가족 모두, 그래, 친구들…… 혼자 온 사람까지. 정말 나이대부터 모인 형태까지 매우 다양했다. 공연 후에 젊은 남자 둘의 이야기에서 얼핏 '모든 나이대를 아우를 수 있는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기도 했으니까. 어쨌든 처음 가 본 체조경기장은 들은 대로 작았고, '오사카 돔은 이 몇 배 정도 되었던 것 같은데…….'라며 작년 여름 B'z의 LIVE-GYM을 잠시 회상했다. 그다지 좋지 않은 내 좌석에서 앞으로 옆으로, 다른 자리로 가 보기도 하고, 스탠드 좌석을 멍~하니 바라보기도 하다가 공연 시작 시간인 8시가 되어서야 자리에 앉았다. 사람들은 아직 많이 들어오지 않았고, 공연도 시작할 기미는 안 보였다. 결국 불이 꺼지고 기타 소리가 웅웅 하고 들려 온 것은, 사람들이 일제히 환호하기 시작했던 것은 8시 30분이 되어서였다. 사실 맘만 먹었다면 일본이라든가 대만 같은 먼저 있었던 공연의 셋리스트를 보고 그 노래들을 주욱 들어 두었을 수 있었지도 모르지만, 검색까지 해 보았다가 그만두었다. 나처럼 노래들을 거의 모르는 상태에서는, 그리고 에릭 클랩튼처럼 활동 시기가 오래 된 사람의 공연에서는 이게 공연을 즐길 꽤 좋은 방법일지도 모르지만, 다음에 뭐가 나올지 기대하는 두근두근하는 그 느낌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연에서 나는 그 느낌을 한껏 맛볼 수 있었다. 어쨌든 그렇다 치더라도 노래를 아는 사람이 공연을 즐기는 것과 모르는 사람이 공연을 즐기는 것의 차이는 꽤 크기 때문에 기타 리프를 따라가며 즐기던 나도, 처음 부분은 조금 심심했었다. 그렇지만 화면에 비치던, 기타를 치는 그 손은, 기타의 울림은, 뭣도 모르는 나에게 있어서도 정말이지 멋졌다. 그냥 '멋있다, 멋있다'라는 말이 연달아 나왔다. 그렇게 그 흐름을 따라가면서, 감탄하면서, 즐기면서도 '다음에는 혹시 아는 노래가 나오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고, 모르는 노래가 연달아 나올수록 안타까웠다. 음을 따라가며 몸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지만 말이다. 꽤 초반에 지미 핸드릭스의 커버곡인 'Little Wing'이 나왔음에도, '어, 이거 어디서 많이 듣던 노래인데…… 혹시 그건가? 가사 맞는 것 같은데?'하다가 후반주가 너무 길어서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했었다. B'z의 마츠모토 타카히로도 이 노래를 연주했었고, 지미 핸드릭스의 원곡은 싸이월드 배경음악으로도 사 놓고 자주 들었었는데, 나는 혹시 바보인 것일까!!! 왠지 기억이 달아난 느낌이다. 그 후에 아는 노래가 몇 곡 나와서 반가워하며 따라 불렀다. 그렇게 공연이 이어지다가 Wonderful Tonight의 전주가 나오자 정말이지 그 기분이란! 너무 좋았다. 정말 좋았다. 언제까지나 계속되었으면 했다. 끝나지 않았으면 했다. Yes 후에 이어지는 부분, 그리고 And the wonder of it all is that you just don't realize how much I love you……. 'I love you.'가 나오겠구나, 한 번 조심스레 따라 불러보면서, 음악을 들으면서, 가슴이 벅차서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이 감흥이 끝나기도 전에, 곧바로 이어진 노래는 바로 Layla! 익숙한 전주가 나오자 내 앞의 온 사람들이 환호하면서 들썩이는 게 한 눈에 들어왔다. 과연 이 때가 공연의 최고조였다. '레일라'하는 부분을 소리높여 외치고, 광적인 그 시간이 지나가고……. 공연이란 건 사람을 미치게 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새삼 느끼게 된다. 무척이나 아쉽게도 Layla도 끝나고, 더불어 공연도 끝났다. 이럴 수는 없어!!! 한창 최고조에 다다를 때쯤 본공연은 끝나버리다니! 아는 노래와 모르는 노래의 차이는 이런 것 같다. 그 음에 취해, 정신없이 헤어나오지 못할 때 쯤 되면 끝나버리는 안타까움이랄까. 곧 앵콜이 나오고 Cocaine의 '코카인~'하는 후렴도 사람들이 목높여 외쳤다. 정말이지 막바지에 다다라서야 공연의 분위기가 나온 것 같다. 흥분할 때가 되어서야 끝나간다니, 정말 아쉽기 그지없었다. 두 번의 앵콜곡이 끝나고 다시 그들은 들어갔고, 엄청난 환호와 앵콜 요청에도 불구하고 나오지 않아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었다. 집에 돌아와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읽고, 셋리스트를 보고, 노래를 찾고, 지금까지 그 셋리스트를 반복해 듣고 있다. 신기한 것은, 그 모르는 노래들을 기억하게 되는 것이 노래가 아니라 기타 음이라는 것이다. 노래를 처음(?) 들을 때 '이 노래를 공연했었구나.'하고 깨닫게 되는 것이, 몇 번이고 반복되던 기타 음의 흐름이다. 그래서 기억하게 되었다는 것이 반갑고, 다시 보고 싶다. 다시 듣고 싶다. 노래가 조금 익숙해진 지금, 다시 한 번만 더. Yes, you look wonderful tonight. 그 날 Wonderful Tonight의 그 가사처럼, 그 사람은 진실로 멋졌다. Good evening, Thank you 정도의 멘트밖에 하지 않았던 빡빡한 공연이었지만, 기타 연주, 노래, 그것만으로 무척 인상적이었던, 멋진 공연이었다. 그가 무척이나 좋아질 만큼. 나도 그렇게 중얼거려 본다. ……―Yes, I feel wonderful tonight. * * * SET LIST 01. Tell The Truth 02. Key To The Highway 03. Got to Get Better in A Little While 04. Little Wing 05. Why Does Love Got To Be So Sad? Sit Down Set 06. Driftin' Blues (Eric Solo) 07. Outside Woman Blues 08. Nobody Knows You When You're Down and Out 09. Running On Faith 10. Motherless Children 11. Little Queen of Spades 12. Anyday 13. Wonderful Tonight 14. Layla Encore 15. Cocaine 16. Crossroads * * * P. S. - 원체 아는 노래가 없어서 본격적인 공연 감상 부분은 별로 없다. 그래도 이승철보다 많이 알았다는 데 경의를. 그런데 공연 영상 TV에서 안 해주는 건가. 으흐흑. 왜 이걸 지금 올리느냐 물으신다면 어제 TV에서 에릭 클랩튼 공연을 하는 꿈을 꾸었기 때문이다. 사진이 나와서 싸이월드에 올리면서 감상 약간 쓰다가 너무 길어져서 그냥 블로그에도……. 헉헉. |
ABOUT
카테고리
이글루 링크
Welcome to 天's Battle Communicat..
The World Incognito 元銘's Life Dancing Days 보태기+어느하루. Rock And Roll M's World 본격 분리수거하는 블로그 IN THE LIFE '달빛중독자_소요(逍遙) 동물이 사는 동물원 소요 블로그 링크 幸せになりたい사람은 존재만으로 아름답다 Over The Audibity Limits! 하나에 올인! 天變地異說 shikishen은 기억한다 이 블로그는 허구헌날 비오네 태양의 고마시엔젤 彬 BLOG OF STRINGS 지옥의 문 연구개발단 Development Group PROJECT*J OFF LIMITS 외부 링크 Liar! Liar! (B'z)코난 스쿨러 (명탐정 코난) IMAGE PUZZLE (강경옥) Phanphile (오페라의 유령) Rollei 35 (롤라이 35) CGV (영화) 교보문고 (책) 싸이월드 (…) 중얼중얼 Someday 변하고 싶어My Way 조금씩이라도 좋으니 Someday 저 사람은 굉장하다고 온 세상의 화제가 되고 싶어 Someday 과거를 뛰쳐나와 My Way 미지의 Big Town에서 Someday 이기고 돌아올거야 운전사가 있는 리무진으로 Someday 이 거리를 뛰어넘고 싶어 My way 뭔가 말해보라고 Someday 지금도 즐겁지만 좀더 좀더 기분 좋은 일 하고 싶어 (We Are Boys In Town) 이런 때도 있었다고 웃고 싶어 We Are Boys In Town……… 최근 등록된 덧글
/비공개 1님/
그쵸- 겨울의 하늘은 예..
by 미르시내 at 03/17 /텐님/ 제대로 나온 게 없는 듯 하지만... by 미르시내 at 03/11 사진 멋져요!! 전 주로 아침에 버스 타러.. by 텐(天) at 03/08 /밀리타/ 아, 그랬어...? 하긴 정말로.. by 미르시내 at 01/02 /밀리타/ 나는 그저 프로필을 바꾸고 .. by 미르시내 at 01/02 새해-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사.. by 시온 at 01/02 와 뉴 포슷힝? 후덜덜! 새해 복 많이 많이.. by Jen at 01/02 이 글 읽다가 울 뻔 했습니다.예전에는 .. by 밀리타 at 01/02 하앍하악 순위권!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능! by 숙희 at 01/01 헤에...방금 언니 싸이에서 이거 보고.. by 밀리타 at 01/01 최근 등록된 트랙백
화려한 휴가
by 미리내는 은빛으로 흐르고 사람을 찍는 사진, 사랑을 찍는 마음 by Le Porte Dell'Inferno 마감문답 by shikishen은 기억한다 충동的 결정... by 미리내는 은빛으로 흐... 밥먹다가 날 샌다......OTL... by 하나에 올인!... 이글루 파인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