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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2월 12일
중학교 때 이상(李箱, 본명 김해경)의 시를 좋아하던 친구가 있었다. 왜 좋은지 확실하게 들은 것 같지는 않고 그냥 '멋지지 않니?'란 말만 기억난다. 나는 그 때 별 관심이 없었고, 이상이 대단한 사람이란 건 알고 있었지만 그의 시들은 내게는 꽤나 난해했다. 난해한 것만으로 매력을 느낄 만큼 나는 똑똑하지 않았다. 이상이, 그 애에게 이상이었다면, 나에게는 조금 이상한 사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그 친구와 연락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상이 좋았던 이유가 뭐냐.'고 물을 수 없다. 그 애는 과연, 무엇 때문에 이상을, 이상의 작품을 좋아했을까. 나는 아직 그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에게 조금은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사실이다. 그가 무엇 때문에 글을 썼는가를 알고 난 후부터. 나의 지난날의 일은 말갛게 잊어주어야 하겠다. 나조차도 그것을 잊으려 하는 것이니 자살은 몇 번이나 나를 찾아왔다. 그러나 나는 죽을 수가 없었다.이상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백부에게 건네져 자란다. 그는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 태어나면서부터 '교환의 대상'으로 여겨졌다는 생각을 하기에 충분하다. 그는 이 '교환'을 혐오하며, 이런 '근원적 상처'와 '폐결핵으로 인한 정해진 죽음'에 대한 생각이 합쳐져 삶에 대한 권태와 죽음에 대한 공포에 이르게 된다. 권태는 단지 '심심한 것'이 아니라, 죽음을 부둥켜안고 살아가야만 하는 삶에 대한 권태인 것이다. 살아 있으면서, 삶에 대한 충만함과 기쁨이 없다. 죽은 채로 살아가고 있다. 이미 죽었는데, 죽음은 정해져 있는데, 살아 있는 모습을 연출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권태와 공포가 합쳐져 자살로 이어지게 된다. 위의 글에서 나와 있듯이 이상은 실제 몇 번의 자살 시도를 했으나 모두 실패하고 만다. 결국 그는 이 죽음을 극복할 방법을 찾는다. 글쓰기다. 그에게 있어서 글쓰기란, 이 죽음과 권태로부터 잠시 도망가고, 유화시키고, 망각하고, 탈출할 수 있는 수단인 것이다.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 연애까지 유쾌하오. 육신이 흐느적 흐느적하도록 피로했을 때만 정신이 은화처럼 맑소. 니코틴이 내 횟배 앓는 뱃속으로 스미면 머리 속으로 으레히 백지가 준비되는 법이오. 그 위에다 나는 위트와 파라독스를 바둑 포석처럼 늘어 놓소. 가증할 상식의 병이오…….이상의 자전적 소설인「날개」이다. 여기서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란 말은 '나는 천재인데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는 따위의 가벼운 말이 아니다. 이상의 삶 자체는 비록 난잡했을지라도 그의 문학은 결코 난잡한 것이 아니다. 박제란 이미 죽은 몸뚱이이지만 겉모습은 살아있는 것처럼 꾸민 새의 모형이다. 살아 있지 않은데, 마치 살아 있을 때보다 더 산 것 같은 생동감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박제란 삶에 대한 권태를 뜻한다. 이미 죽어 있는데 산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이상 자신이다. 그래서 그 정해진 죽음에서 도망가기 위해 치열하게 글을 쓰는 것이다. 자살 충동을 글쓰기를 통해 극복한다는 이상의 창작방법은 종래의 어떤 글쓰기와도 다르고 단절된다. 기존의 글쓰기는 어떤 사회적 목적의 달성을 위해 기교를 발명, 동원, 혹사했으나 이상은 죽음을 연장시키기 위해, 죽음을 피하기 위해, 그 기교를 발견, 동원, 혹사한 것이다. 글쓰기의 기원(죽음의 극복)과 그 방법론(기교)은 철저화된 무목적적 글쓰기다. 「12월 12일」에서 글쓰기의 출발점을 '무서운 기록'으로 두었다는 것, 다시 말해 절망의 끝에 글쓰기가 놓였다는 것은 절망(죽음)에서 벗어나기 위한 필사적인 도주(노력)가 바로 글쓰기임을 뜻한다. 이것이 바로 이상 문학, 그리고 모더니즘 문학의 핵심 성격을 결정짓는다. 단절성(불연속성)이 그것이다. 불연속성이란 유기적 세계관(낭만주의, 휴머니즘)과의 단절성이다. 연속성의 세계관에서 바라본 작가는 천재(개성)이다. 그러나 불연속적 세계관에 따르면 예술은 생명적 예술에서 기하학적 예술로 전환할 수 밖에 없다. '무서운 기록'은 두 가지 형식으로 줄기차게 뻗어나간다. 첫째는 '오감도' 제 1호와, 그에 대한 기호 체계이다. 다른 하나는 산문으로 된 「공포의 기록」이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그래서 13인의 아해는 막다른 골목을 향해 그렇게 절망적으로 질주할 수 밖에 없었다. 무서워하면서도 달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죽음과 대결할 수 없다, 그러나 도망친다. 이것이 죽음을 피하기 위한 이상의 글쓰기이다. 이 질주를 유클리드 기하학의 도식 속에 풀어 놓은 것이다. 그런데 유클리드 기하학에서 비유클리드 기하학으로 나아감으로써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다. '평행선은 교차하지 않는다.'는 유클리드 기하학의 제 5 공리가 비유클리드 기하학에서는 여지없이 무너진다. 구(球)위에 평행선을 긋게 되면, 두 평행선은 교차할 수도 있는 것이다.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는 순간 현실의 인간은 '환각의 인'이 된다. 이 환각의 인이 선 자리는 '회색 관념적 세계'이고, 현실은 '초록색이지만 공포의 현실 세계'이다. 이러한 표현은 '조감도'에서 '오감도'로 나아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조감도'란 흔히 알고 있듯이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그림, 지도이다. '조(鳥)'에서 '오(烏)'로, 획수 하나를 뺌으로써 초록색 세계(풀밭)에서 회색 세계(까마귀)로 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위트나 아이러니, 패러독스는 아니며 죽음을 벗어나기 위한 필사적인 행위이다. 비유클리드 기하학에서 '무서운 기록'을 '즐거운 기록'으로 바꿀 수 있는 힘은, 오감도에 이은 이상의 후기 단계 소설에서 나타난다. 비로소 삶을 유희로 만들고, 삶 전체를 글쓰기화하고, 허구화하고, 위트와 패러독스를 늘어 놓는 것이다. 이는 童孩(동해; 어린아이)를 童骸(동해; 아이의 뼈)로 쓰는 것이나 蜘蛛會豕(지주회시; 거미(지주)가 돼지를 만나기, 또는 모으기)를 복잡한 한자인 지鼄會豕로 쓰는 것에서 볼 수 있다. 불연속적인 방법론에 의해 쓴 「오감도」는 독자의 항의에 부딪혀 계속되지 못하고, 그는 곧 저널리즘과 타협하게 된다. 이른바 5대 작품(지주회시, 날개, 동해, 종생기, 실화)이 그것이다. 이들은 이상의 후기 단계, 즉 국문으로 쓴 일상적 사실을 다룬 수필체 소설 유형이다. 여기서는 죽음으로부터의 필사적 탈출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두고 죽음을 유희화하는 방식으로 생사를 건 도박을 감행했다. 「동해」는 결혼 전 작가의 내면 풍경이며, 결혼 뒤의 첫 모습이 「지주회시」, 두번째의 모습이 「날개」이다. 이 세 작품 어느 것이나 그 자신의 내면이 투영되어 있다는 점에서 실험적이고 자전적이다. 이에 비할 때, 동경에서 쓴 「종생기」와 「실화」는 죽음을 넉 달 앞둔 시점에 쓰여진 것으로 그의 글쓰기의 마무리 단계에 해당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평가될 수 있다. 이 중 「종생기」는 그가 맑은 정신으로 완결해 투고한, 이상 문학의 결산이라 할 수 있다. 당나라 귀공자의 '산호편'은 인생의 한순간을 정겹게 노래한 것이었지만 이를 철저히 실천한 이상의 산호편(작품)인 「종생기」의 핵심적 성격은 '예술'이라는 한마디로 요약될 수 있다. 이상은 설명 불가능한 변신술의 천재들과의 놀이와, 그것에 상응하는 고수의 게임을 두고 예술이라 불렀다. 승패가 없고 비생산적인 이러한 놀이야말로 온몸을 던지는 행위이며, 인생을 송두리째 탕진(낭비)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숨의 탕진이 '산호편'의 본의이며 「종생기」의 내용이다. 그러므로 '산호편'이란 예술의 또다른 이름이며, 이 점에서 「종생기」는 이상 문학의 정점이다. 그가 이 작품을 쓴 지 4개월 조금 지난 1937년 4월 17일 27세의 나이로 레몬 또는 메론을 달라며 동경에서 죽었다는 것은 다만 육신인 김해경의 죽음에 지나지 않는다. 이상의 문학은 「종생기」로써 이미 완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 * * * * * 김윤식, 정호웅의 『한국소설사』와 교수님의 강의에서 참고했습니다. 아마 책에 문장조차 똑같은 말이 많을 겁니다. 조금 쉬운 쪽으로 고쳐 쓰긴 했지만 저의 문장이 아닙니다. 이상이 왜 글을 썼는가, 이것은 한국문학사 수업을 들으면서 무척 마음아팠던 부분이었습니다. 그 몸부림이 굉장히 감명깊었는데 글은 너무 어렵게 써 버렸네요. 그래도 자세히 읽으시며 이해하시면 신기하고 재밌습니다. (재미없을 수도…….) 제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도 있을 수 있으니 나중에 이에 관해 공부를 더 한 후에 고쳐야겠습니다. (과연 공부를 더 할까…….) 이상이 레몬을 달라며 죽었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그에 대해서는 학자들끼리 분분한 의견이 있었다고 합니다만, 나중에 이상의 부인이 나와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허허허. 「12월 12일」의 서문, 저도 자살에 대한 충동을 느낄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지요. '내가 '미리내'를 완성하기 전까지, 나는 죽으면 안 돼―'라고 생각하며 삶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이것과는 조금 다르게, 이상은 죽음이 두려워서 그렇게 글을 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에게, 글쓰기란 과연 무엇입니까. 당신은 왜 글을 쓰고 있나요. 제가 내일이 시험인데 오늘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오늘이 12월 12일이어서……. (팡팡팡~ 그래도 조금은 시험 공부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흑 공부해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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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르시내 at 03/17 /텐님/ 제대로 나온 게 없는 듯 하지만... by 미르시내 at 03/11 사진 멋져요!! 전 주로 아침에 버스 타러.. by 텐(天) at 03/08 /밀리타/ 아, 그랬어...? 하긴 정말로.. by 미르시내 at 01/02 /밀리타/ 나는 그저 프로필을 바꾸고 .. by 미르시내 at 01/02 새해-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사.. by 시온 at 01/02 와 뉴 포슷힝? 후덜덜! 새해 복 많이 많이.. by Jen at 01/02 이 글 읽다가 울 뻔 했습니다.예전에는 .. by 밀리타 at 01/02 하앍하악 순위권!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능! by 숙희 at 01/01 헤에...방금 언니 싸이에서 이거 보고.. by 밀리타 at 01/01 최근 등록된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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