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9월 08일
내일 또다시 해가 떠오른다면
 그 동안 나에게 있어서 무척이나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일― 쭈욱 변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던 일을 잠시 유보하기로 했다. 이대로 유보될지, 그대로 새로운 길을 찾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과연 '새로운' 것인가 생각하니 웃음이 나오지만.)

 하지만, 알아 줘. 그건 아니야. 이 생활에 익숙해져서 그 험난한 길을 포기하려는 건 절대 아니야.
 난 지금 이 생활이 즐겁지 않아. 오히려 나는 3년째 머물고 있는 지금 이 생활이 무척 지긋지긋해서 어떤 식으로든 바꿔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니까. 그리고 억지로 어떤 것에 흥미를 가지며 그것에 마음을 두려 노력했으니까. 하지만 언제나 돌아오는 것은 허무감 뿐. 순간은 즐겁지만 영원은 즐겁지 않아. 지속하지 않으면 사라져버려. 그저 그 순간 즐기며 잊는 것 뿐.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아직 남아있는걸.



 뭐 사실, 중국에 유학갔다 온 친구가 중국어가 유창해져서 돌아온 데에 받은 충격이 크긴 했었다. 나는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는데. 그 아이는 고등학교 때 배웠던 중국어에 약간 흥미를 가진 정도였는데. 나는 그 동안 제자리에서 뱅뱅 돌기만 했을 뿐이었다.
 (2006년 10월 3일, 사진 추가.)

 그랬었다. 가슴이 답답해져서,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으려 멍하니, 또다시 어영부영한 하루를 보내고 언덕 아래로 터덜터덜 내려오는데, 그 때 도서관 뒤로 저물어가던 해가, 노을이…… 아름다웠다. 정말 아름다웠다. 그 보라빛이, 붉은빛이, 뭉쳤다가 흩어지고 바스라지는 구름이…… 정말이지 눈물겹도록 아름다웠다. 황홀했다. 넋을 잃을 정도로, 그 서쪽의 하늘은 참으로 예뻤다. 하늘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늘 갖고 다니던 카메라를 꺼내 셔터를 눌렀다. 셔터가 딸깍― 눌렀다 떨어지는 익숙한 그 촉감이 마음을 놓게 한다. 오사카 여행 뒤로 처음 꺼낸 카메라가 반갑다. 도서관 뒤로 쭉 돌아가며, 예전에 평원 위로 펼쳐지던 노을을 보았던 그 장소까지 가 보았다. 그러나 기억과는 달리 야구장 그물망에 걸려 잘 보이지 않아 다시 도서관 위로, 좀 높은 곳을 찾아 올라갔다. 돌담 위에 올라가 사진을 찍었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동안 해는 이미 자취를 감추었고, 넘어가는 태양 위로 드리워진, 세상을 끝나가게 하는 듯한 기분으로 웅장하게 펼쳐진 구름은 생각보다 빨리 흩어져 버렸다. 그렇게 몇 장을 찍고 난 후에야 그대로 옆의 벤치에 걸터앉아 가만히 노을을 바라보았다. 이미 신비한 모습은 다 바람에 날아가 버리고 청회색의 먼지와 붉은 기운이 감돌 뿐이었다.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그래서, 그러는 동안 그 감정은 다 사라져 버렸다. 나는 언제나 그랬다. 언제나 죽을 듯이 고민하다가도, 이렇게 간단한 것 하나만으로 행복해질 수 있었다.
 그 후 해야 할 일을 끝내고, 이미 어두워진 거리를 지나 버스를 탔다. 그리고― 결정했다.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렇게 되리라고 상상한 적 없어. 언제까지나(……라는 것은 조금 문제지만) 계속될 줄 알았다. 하지만 이렇게 되어 버렸네. 그렇네. 음, 역시 어느 쪽이든 결정을 내려야 마음이 편하다. 혼자서 끙끙 앓다가 그렇게 무서운 밤이 지나가버리고, 지긋지긋한 하루가 시작해버리고, 언제까지나 이렇게 살 수는 없잖아. 그래서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져 버렸다. 아니, 즐거워져 버렸다. 짐 하나를 내려놓은 기분이야.
 그것에 의지하기보다는 그저 지금 서 있는 곳에서 열심히 하는 것이 낫겠지. 사실 그렇다.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서, 언제까지나 쓸데없는 것 하나에 시간을 빼앗기고 있을 수는 없어. 이것도 저것도, 둘 다 제대로 되지 않아. '다음'을 무언확정하고 질질 끌다가 계속 그 후, 다음으로 미루며 이렇게 몇 년을 흘려보낼 순 없다. 어차피 한 가지는 나에게서 떠나버렸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구할 수 없다. 오히려 잘된 걸지도 몰라. 그래서 그 길로 향할 수 있을지도 몰라. '언제나 지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질질 끌어왔던 그 태도에 작별의 인사를 건네야지.

 자아, 흔들리지 말자. 누군가가 그것을 비웃더라도.
 잠시만…… 반 년― 6개월, 아니 4개월의 시간 동안 열심히 살아 보자. 그게 되지 않는다면 아무 것도 되지 않겠지. 내가 환멸하는 그런 인간이 되지 말고. 내가 함께 하기로 한 그 이름이 부끄럽지 않도록. 나중에 무얼 선택해도 당당할 수 있도록. 내 자신에게 만족할 수 있도록. 언제나 남의 시선을 신경쓰며 자라온 아이야.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정말로…… 좀더 상냥해지고 싶어졌어.





 내일 또다시…… 해가 떠오른다면
 새로운 자신이 되어 보자―
 그런 생각하며 올려다보는
 밤하늘은 어쩐지 눈이 부셔…….
by 미르시내 | 2006/09/08 00:54 | 상념 | 트랙백(1)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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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미리내는 은빛으로 흐... at 2006/10/03 23:12 #

제목 : 충동的 결정...
 그나저나 그 날의 하늘 사진이 나왔는데, 거의 다 빛이 과다하게 들어가서 색이 많이 날아가 버렸다. 그나마 정상적으로 나온 것. 묘사했던 것처럼 아름다운 느낌은 부족하지만 그래......more

Commented by 존슨 at 2006/09/08 00:56 #
상큼일빠!
Commented by 미르시내 at 2006/09/08 00:59 #
/존슨님/
발랄이빠! (...이게 아니잖아!!! -┏)
Commented by JK at 2006/09/08 01:08 # x
내가 이등!!! 혹시나 B'z가사대로 살아가면 바른생활 + 변태 + 사랑의 찌질이 + 종종분노격발 등등의 이상한 삶이 되니까
잘 고르시는게 좋겠습니다. ㄲㄲㄲㄲ
Commented by 날개 at 2006/09/08 01:15 #
흔들리지마세요-
가끔은 그런 시간들이 있잖아요.
저도 늘 제자리라 불안한데 이렇게 있다보면 뭔가 결론이 나겠죠. 어떻게든.
Commented by 팬더맨 at 2006/09/08 01:51 #
요즘의 제가 좀 그런느낌? 그런가..아닌가? 여튼 불안해야하는데 불안하지 않은건 인간이 심히 게을러져서 그럽니다. 휴-그럴때 있죠 나는 제자리인데 옆에있는사람이 쭉- 앞서나가면 불안한 기분 (이게 저의 경우에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아프다고..남혼자 잘되는게 꼬와서 그럴지도 모릅니다..)
Commented by 미르시내 at 2006/09/08 02:04 #
/JK님/
아니에요! 제가 이등! JK님은 삼등! (...이 아니래도!!! -┏)
푸하하하 그 삶 뭡니까 푸후후 다채롭(??!?!?)고 좋은데요?
바른생활+변태+사랑의찌질이+종종분노격발...이라니ㅠㅠ 아 왠지 싱크로가;;;
하지만 B'z와 함께라면 어떤 삶도 행복...*-_-* 앗 이게 아닌가.
지금 이지컴 이지고를 듣고 있는데 쉽게 왔다 쉽게 가는 겁니까? 이런 삶?!

/날개님/
앗 안녕하세요! 계속 오고 계셨던 건가요? 감사합니다~ 반가워요! ^^
네, 흔들리지 않는 것 하나를 갖고 싶어요~///
전 왠지 가끔...이 아니라 늘 고민하는 것 같아요. 아흐겅엉.
크크큭 그래도 뭐 지금 이 자리에서 열심히 해 보는 겁니다, 우리 모두 힘내어서!
언젠가 좋은 결론이 났으면 좋겠어요...!

/팬더맨님/
그치만 팡짱님이 휴학중임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자기발전해 나가시는 것 같아서
자극 받은 것도 있어요~ 잇힝. 저도 영어 공부 할래요! >_<
그쵸, 옆 사람이 한참 앞에 있는 걸 알아차리면 자신은 갑갑해지는 거...
뭐 흐흐 저도 남 혼자 잘 되는 게 꼬와서 그럴지도...-┏ (암흑의 기운 퓌쉬식)
팡짱님도 화이팅입니다아~/// 변신! 세일러 팡짱님!
Commented by 키란 at 2006/09/08 11:25 # x
아...공감백만배.
(JK님 덧글보고 폭소했습니다;)
Commented by 미르시내 at 2006/09/08 18:25 #
/키란님/
열심히 사는 겁니다!!! ㅠ_ㅠ
하지만 키란님은 정해진 목표가 있으니... 훨씬 마음이 편하실 것 같아요.
푸후후 우리 모두 바른생활+변태+사랑의찌질이+종종분노격발...의 삶을 살아보아요~///
Commented by 숙희 at 2006/09/08 19:56 # x
수필이로군요.. 글빨좀 받는걸요? ず(ご.,ご)
근데 한달에 포스팅 하나씩 하는검미꽈? ㄳ
(수늬꿘은 실패로군하..ㄱ-)
Commented by 가연 at 2006/09/08 23:02 # x
나도 그생각했었어.

음.

어찌됐든 서로에게 자극이 되어 경쟁의 도화선이 된다면 멋질 것 같아. 선의의 자극도 되고.
......이건 무언가 상처의 표현같단 생각을 했어.
Commented by 비오네 at 2006/09/09 01:05 # x
대체 이게 얼마만의 포스팅입니까.. 만세.. ㅠ_ㅠ/
하긴 글이 뜸한 것은 관리자의 마음이고... 글은 뭔가 복잡한 마음을 담고 있군요.
가끔씩 그럴때가 있지요. 음음... 지금은 나아지셨지요? ^^
Commented by 시온 at 2006/09/09 21:00 #
하늘이 너무 예뻐 볼맛 나는 요즘 입니다.특히7시가 아슬아슬하게 걸리는 시간엔 하늘이 남빛에서 보라색-옅은 하늘색,흰색 주황색에 반짝반짝 빛나며 한두개 빼꼼 내미는 별.한참을 넋놓고 바라보다가 깜깜한 시간에 들어가기 일쑤에요.떠나 보내기 힘든것, 어떤것인지 알수 없지만 굳게 먿고 인사 하는건 대단한 일 같아요 미르시내님.저는 언제나 스리슬쩍 손을 놓아 버려서 문제던데(..)
Commented by 미르시내 at 2006/09/10 13:10 #
/숙희언니/
오홋 수필인건가요! B'z의 가사를 무단전제한... 훗훗. 문장이 어색하지만 감사합니다~
그럼 리스키님은 9등...(...) 푸하하하하 뭐에요 한달에 한번이라니ㅠㅠ 아 납득이...(?)
아니에요 포스팅 보니 8월에 3번 했어요ㅠㅠ (변명도 자랑도 아니잖아!!!)

/가연/
...그랬구나. 지금도 생각하고 있어? 아무튼, 뭐 그러기로 했어.
그런데 너의 그 표현 참 와닿는데. 무언가 상처의 표현이라...
그것 자체는 멋진 일이지만 관용적이지 못하면 가슴 아파지겠지.
그런 문제가 아닌가. 원래 다 그런 건가... 그렇기 때문에 나아갈 수 있는 건가...
뭐 그 상태에서 상처받은 것을 변화시킬 수 있는 행동을 하지 못하면 발전할 수 없겠지.
그게 안 되었나봐. 앤과 길버트 같은 사이였는데, 앤은 타락해버렸네...?
너는 잘 해 나가고 있는 거지?
Commented by 미르시내 at 2006/09/10 13:18 #
/비오네님/
유후~ 지금 세어 보니 정확히 보름 만...-_-; 포스팅 독립 만세~ㅠ_ㅠ/
그게...; 안 쓰는 것이 생활화되다 보면 계속 안 쓰게 되더라고요...;
아핫핫 그래도 저 때는 나름대로 즐겁게 쓴 글이었어요~
한창 무언가를 시작하려 할 때는 언제나 그런... 아쉽지만 하지 못한 건 잊어야죠.
돌아보면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어요.
괜찮습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시온님/
맞아요 저녁 7시!!!!!!!!!! ㅠ_ㅠ
제가 노을 보고 사진 찍고 나서 도서관에 들어올 때가 딱 저녁 7시였어요~
(왜 기억하고 있냐면 7시에 도서관 컴퓨터-_-를 예약... 쿨럭-_-;)
시온님 표현 멋진...! 와아 정말 그 빛깔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 ㅠ_ㅠ
정말 아무 말도 안 나오고 멍하니 바라보기만 할 뿐...
그 일은... 이렇게 결정하지 않으면 나아가는 것 없이 계속 괴로울 것 같아서요.
그 자리에서 뱅뱅, 자신에게 도움도 되지 않고...
워낙 당연하다 생각했던, 그렇지만 현재 준비가 하나도 되어 있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버릴 수밖에 없었네요. 이게 다 자업자득이죠 푸후후~
시온님도 언제나 잘 해 나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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