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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8월 24일
누군가에게 기억된다는 것은 기쁜 일입니다. 잊혀진다는 것은 무척 슬픈 일이고요. 드라마에 많이 나오는 기억상실증 같은 소재는, 보기만 해도 가슴이 아프지 않습니까. 저는 외관적으로도 특출나지 않고, 말이나 행동에서도 강한 인상을 주지 못하는지, 새로 만난 사람들이 저를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아 더욱이 그런 생각이 듭니다. 과연 저는, 스쳐 지나간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을까요. 사람의 재능은 정말 여러 가지라서, 한번 본 얼굴을 잘 기억하는 사람도 있고, 이름을 잘 외우는 사람도 있지요. 고등학교 때 어떤 선생님께서는 전교생의 얼굴과 이름을 외우셨습니다. 저에게는 그런 능력이 별로 없지만, 사소한 것을 잘 기억합니다. 응? 잠깐, 이거 좋은 거 맞나? 상대도 기억하지 못하는, 상대에 관한 일을, 저는 잘 기억하지요. 뭐뭐 어쨌든, 기억해 준다는 건, 기억된다는 건 좋은 일입니다. 세상을 살면서 누군가에게는 기억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음, 이런 일이 있었어요. 중학교 3학년 때 같은 반 학우 두 명이 같은 고등학교를 가게 되었는데, 거기서도 같은 반이 되었답니다. 그런데 둘은 서로를 기억 못 하는 거에요. 어디서 본 것 같은데……하고 주욱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둘이 중학교 때 같은 반이었던 겁니다. 어떤 친구는 일 년이 지나도 같은 반 학우 이름과 얼굴을 거의 모르는 경우도 있고 말이죠. 저에겐 이런 일들이 이해 불가능하지만, 사람에 따라 다 다르겠지요. 기억되는 것도, 잊혀지는 것도, 또한 상대가 자신에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이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별로 특출난 면이 없이도 사람들이 자신을 기억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은― 어쩌면 '꾸준함'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눈에 계속 보이면 언젠가 알아보고, 기억하게 되겠지요. 뭐, 특별히 제가 이런 전략(?)을 쓴다는 건 아니지만 그랬기 때문에 저를 기억해 준 사람이 한 학기 동안 두 명이 있었습니다. 첫번째 분은 학교 사진관 언니입니다. 제가 집에 있던 수동 카메라로 사진을 찍기 시작한 게 3개월 정도인데 그 사이에 필름 4통 정도 현상과 인화를 맡겼거든요. 추가인화도 몇 번 했었고 여권 사진 한 번 찍고……. 세번재 롤을 인화할 때 몇몇 사진을 인화 안 해 주셨길래 여쭤보니까 잘 안 나와서 안 뽑았다고 하시더군요. 그래도 다 뽑아 달라고 했더니 4롤째 가져갔을 땐 "무조건 다 뽑는 거죠?"라고 물으시더라고요. 얼굴은 확실히 아는 것 같고 이름은 말하면 아실 정도……일까요? 호, 혹시 단순히 제가 까다로워서일까요? 두번째 분은 학교 스크린룸의 아저씨…… 아니 그러니까 관리자분………… 음, 그렇지요, 멀티미디어 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은 '선생님'이라 부른다고 하더군요. 하긴 그렇게 나이 많아 보이지는 않으세요. 그렇다고 오빠는 아니지만…… 아직 결혼 안 하셨답니다. 아니, 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아, 아무튼 그 분께서는 학교 도서관 5층 멀티미디어 센터 안의 스크린룸에서 학생들을 입장시키고 영화 DVD를 틀어 주는 일도 하고 계십니다. 제가 스크린룸에 다닌 지는 겨울방학 때부터 해서 약 9개월 정도 되었군요.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오랫만에 왔네요."라든가 하는 다정한 말을 건네시곤 하셨지요. (뭔가 달라.) 스크린룸보다 화면과 음향이 좋은 가상현실체험센터에서 그 효과를 소개를 해 주시면서 산타나의 공연 DVD를 틀어 주셨었는데, 저보고 "이 여학생은 스크린룸에 자주 와서 이 노래 지겹게 들었을 거에요."라고 하시더라고요. 으하하하. 스크린룸에서 영화 시작하기 전엔 공연 DVD를 틀어 주거든요. 그걸 보고 B'z는 어떻게 안 될까 하고 생각했습니다만……. 아무튼 결론은, 이번 학기부터 제가 도서관 5층 멀티미디어 센터에서 근로장학생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어째서 이런 결론이??!?!?!) 1학기 때 학교 수업에서 같은 조가 되어 활동했던 아이는, 멀티미디어 센터 근로장학생이었는데 겨울 방학 동안에 왔던 저를 기억하고 있었지요. 그래서 한 학기 동안 친하게 되었는데(여기서 엄청난 시간과 협동을 요구하는 과제를 내 주신 교수님께 감사를.) 이제 일 그만둔다고 저에게 넘기더군요. 우훗. 미르시내 : 그런데 말이야, 그 중국에 유학갔다 왔다는 친구 있지. 걔가 가기 전에 자기 하던 과외를 나에게 넘기고 갔거든. Y양 : 아~ 네. 미르시내 : 내 연락처를 그 집에 주었다고 이제 곧 연락이 올 거라는 거야. 그런데 그 애가 중국에 가고 나서 아무리 기다려도 연락이 안 오는 거 있지. Y양 : 헉, 그럴 수가! 미르시내 : 얼마 전에 걔가 돌아왔거든. 그래서 내가 그 과외 건에 대해 물었지. 어떻게 된 거냐고. 그랬더니 '아아~ 그 애가 그냥 집에서 혼자 하나 봐~' 그러는 거야, 글쎄!!!!! Y양 : 정말요? 미르시내 : 응. 그래서 말인데 나중에 너도 안 된다고 하면 잊지 않겠어? (← 사소한 거 잘 기억하는 능력 발휘) Y양 : 아하하하 알았어요~ 아마 될 거에요. 이제 확실시되어서, 그저께 가서 일 배우고, 어제는 연습 근무 해 봤어요. 5층 멀티미디어 센터에서 하는 일은, DVD나 컴퓨터, 스크린룸, 스터디룸, 랩실 예약된 거 발권해 주고 안내하고, 정리하는…… 그런 건데요. 2, 3, 4층 열람실(책들이 있는)보다 할 일이 적어 힘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입니다. 선생님(?)께서 저를 보고 "만날 영화 보러 와서 나를 긴장하게 하던……."이라고 하시더군요. 으허허허허. 갑자기 말을 놓으시니까, 뭔가 어색합니다. ![]() 그 아이가, 바로 얼굴이나 이름 같은 걸 잘 기억하는 스타일인데, 왠지 근로장학생 용 목걸이를 걸고 의자에 앉아, 도서관 이용을 위해 다가오는 사람들을 마주 보니, 저도 그들을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먼저 알아볼 수 있다면, 좋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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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쵸- 겨울의 하늘은 예..
by 미르시내 at 03/17 /텐님/ 제대로 나온 게 없는 듯 하지만... by 미르시내 at 03/11 사진 멋져요!! 전 주로 아침에 버스 타러.. by 텐(天) at 03/08 /밀리타/ 아, 그랬어...? 하긴 정말로.. by 미르시내 at 01/02 /밀리타/ 나는 그저 프로필을 바꾸고 .. by 미르시내 at 01/02 새해-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사.. by 시온 at 01/02 와 뉴 포슷힝? 후덜덜! 새해 복 많이 많이.. by Jen at 01/02 이 글 읽다가 울 뻔 했습니다.예전에는 .. by 밀리타 at 01/02 하앍하악 순위권!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능! by 숙희 at 01/01 헤에...방금 언니 싸이에서 이거 보고.. by 밀리타 at 01/01 최근 등록된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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