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3월 17일
사람, 그리고 만남

 일요일. 서울역에서 삼화고속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창가에 앉아 문자를 보내는 사이 버스는 신촌역에 도착했다. 아직 내 옆자리에는 아무도 앉지 않은 상태였다. 신촌역에서 사람이 탄다. 내 옆자리에 누군가 앉는다. 흘깃 쳐다보니 파마머리를 한 젊은 여자였다. 평소에 내 옆에 젊은 사람이(남자이든 여자이든) 앉는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에 조금 기뻤(대체 뭐가?)다. 음악을 계속 들으며 창가를 흐르는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며~ 그대만을 생각~♪한 건 아니고 고속도로를 지나 달렸다. 이제 서인천. 내리기 위해 이어폰을 계속 귀에 꽂은 채 가방을 메었다. 아무 생각 없이 그렇게 있는데 옆자리의 여성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언니!" …어. ……엉? 놀라 바라보니. 소꼽친구였다. 세상에. 이런 세상에. 서로 모른 채 3~40분을 그대로 버스 좌석에 앉아 온 것이다. 그래, 그렇지……. 이게 바로 현대인의 이웃에 대한 무관심이라고 할 수 있겠다. (쿨럭) 아무튼 기가 차서 허허 웃으며 다른 사람들이 다 내릴 때까지 서로를 바라보다가 마지막에야 같이 내렸다. 지금은 다른 곳으로(그래봤자 1년도 안 되었고 걸어서 5분) 이사갔지만 어릴 때부터 옆집에 같이 살았던 아이다. 그 애의 방과 내 방이 서로 마주보고 있어서 창문을 열면 맞은편에 서로의 방이 보인다. 밤이면 창가를 마주하고 대화하곤 했다. 생일이 빨라 학교를 먼저 들어간 나와 동갑이지만 어릴 땐 언니라는 말을 절대 하지 않았는데. 하하. 얼굴을 본 것도 오랫만. 서로 엄마에게 이야기를 한다면 정말 웃으실 거라고 깔깔거리면서 집까지 왔다.  

 월요일. 아침에 학교에 가는데 앞에 키가 큰 여학생이 보인다. 얼핏 보니 내가 나온 고등학교 교복이다. 이 동네에 우리 학교 학생들이 많긴 하다. 아무튼 교복이 길쭉할 정도로 키가 참 커서 '키 크다…….'하는 생각을 하며 샛~노란 셔츠를 입고~ 노래부를 것 같은 표정을 하고~ 남편과 사이좋게 팔짱을 끼…지는 않고 길을 가로질러 정류장에 섰다. 길을 건너는데 먼저 서 있던 아이와 딱 눈이 마주쳤다. 아까 그 키 큰 아이다. 역시 소꼽친구. 고 3이다. "뭐야~ 어머 쟤 키 크다~ 이러고 있었는데~ 너잖아~"하면서 버스를 같이 탔다. 버스로는 몇 정거장 안 되는 거리여서 곧 그 아이는 내렸지만. 정말 그 애는 키가 참 커졌다. 내가 올려다봐야 할 정도다. 푸하하.

 화요일. 현대시 읽기 강의실에 붙어 있는 동인 모임이나 학회, 동아리 포스터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중 한 포스터에 적힌 대표 연락처가 내가 아는 사람 같았다. 전화번호를 확인해 보니 맞다. 헤에. 한국어문학과 들어왔구나. 대표 할 정도라니. 오오, 대단한걸. 처음에 대학 들어와서 한창 사람들과 MSN 대화할 때(내가 잘 들어가지도 않았지만) 만났던 사람들 중 하나다. 한 번은 직접 만나기도 했었는데 그 후로 연락이 끊겼다. 뭐 절대 그 사람이 싫어서가 아니고 내가 휴학한데다, MSN을 잘 안 들어가서라고 할까.

 수요일. 교육학개론 수업에서 함께 조를 짠 분 중에 한국어문학과 학생이 있다. 학번은 나와 같은데 자세한 나이는 잘 모르겠다. 아직까진 존댓말을 쓰고 있다. 그런데 교육학개론 뿐만 아니라 교육사회, 교육심리까지 같은 분반의 수업을 듣는다. 전에 그건 확인했었는데 어머. 전공과목 수업 중 그 분의 이름이 불렸었다. 무려 2개나 나와 같은 수업이다. 수요일에 교육사회 수업 때 만나 확인했다. 나는 전공수업을 3개 듣는데 그 중 2개가 그 분과 같은 수업이다. 교직과정은 3개 듣는데 3개 다 같은 수업이다. 얘기하다보니 그 분의 시간표를 알아버렸다. 어헉.

 수요일 저녁. 마을버스를 타러 뛰다가 줄 선 그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슈파슈파슈파 우렁찬 엔진 소리를 내며 바닥에 슬라이딩해 버렸다. 으억, 모든 사람들이 놀라 나를 바라보았다. 설마 그 곳에 있던 사람 중에 아는 사람은 없었겠지. 반사적으로 일어나 그래도 버스를 탔다. 나까지 태워주셨는데 날 보고 불쌍해서 그러신 건지 그냥 그러신 건지 모르겠다. 흐흑.

 인하대에서 주안역까지 운행하는 마을버스는 언제나 사람이 많아서 줄도 2개로 나누어져 있다. 앉아서 갈 줄이랑 서서 갈 줄. 역에서 대학교까지 운행하다 보니 중간에 내리는 사람이 많지 않기도 하고. 인하대 바로 앞에 역이 생긴다는 소문은 있는데 아직 아무런 작업 안 들어간 거 보면 나 졸업한 후에나 생길 것 같다. 하긴, 나는 주안역에서 학교를 가는 게 아니라 상관없지만. 위, 아래 옷 앞부분이 쫘~악 검게 더러워지고 오른쪽 손바닥이 좀 까졌다. 버스에 올라타서 손바닥을 보니 AB형 붉은 피가 배어나왔다. 피가 완전히 멈추는 것도 오래 걸렸다. 아직까지 욱신거린다. 새살이 욱신욱신 돋아나나보다. 통증은 아직 있어, 손가락을 상처 부위에 대 보면 뜨겁다. 이제 당분간 애들이랑 브라보를 못 하게 생겼다. 뭐, 주머니 속의 MP3 플레이어나 핸드폰에 아무런 이상이 없어서 다행이다. 근데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콩콩 뛰어다니고 있다. 좀 얌전하게 사뿐사뿐 걸어다니는 여대생이 되어야 할 텐데.

 목요일. 도서관 전자정보센터를 이용하기 위해 1층에서 예약하고 있는데 어떤 귀여운 06학번 신입생♡이 예약하는 방법을 알려달란다. 친절하게(응?) 하나하나 보면서 가르쳐주고 예약을 끝낸 후에는 학생증 내고 발권하는 방법까지 알려주었다. 아니, 절대 자랑하려는 게 아니라 단지 이런 일은 처음이라 신기하달까. 헤헤.  

 목요일 오후. 교육사회 조에서 만난 한 아이는 도서관 5층 카운터에서 근로장학생을 한다. 내가 시간이 되는 날 5층 스크린룸에서 영화를 보게 되면 가끔 만나기도 한다. 목요일 그 시간에는 그 아이도 공강이라서 발권해 주는 곳에 있다. 참 인상이 좋은 사람. 방학 동안에 스크린룸을 거의 매일 드나들어서 그런지 처음 교육사회 시간에 만났을 때 나를 알아봐주더라.

 금요일. 많은 수업을 같이 듣는 그 분께서 금요일에 내가 듣는 과목 강의실에서 바로 전 수업을 듣기도 하시는데 자리를 맡아 주셨다. 전 수업에 이어 같은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이 많기 때문에 앞자리를 맡기 쉽지 않은데 아힝 감사해라. 내 이름을 부르길래 아앗! 하며 그 자리로 가다가 다른 교육학개론 조원을 만났다. 알고 보니 국문학과 부전공 하시는 분. 교수님이 오실 때까지 이야기했다. 어떤 교수님이 엄청 어렵게 시험 문제를 내신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알아버리고 으흑, 공부 열심히 해야겠다. 극한에 도전하는거다! 교수님이 안 오셔서 수업은 못 들었지만.

 ……뭐 아무튼, 나름대로 재미있는 나날.

by 미르시내 | 2006/03/17 23:31 | 일상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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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비오네 at 2006/03/18 11:00
넘어지셨군요. 아픔과 당황과 민망함 때문에 정신없지요.. ㅠ_ㅠ
출혈까지 생겼다니.. 아까운 피.. AB형 드물던데... (죄송..ㅡ_ㅡ;;)
아는 사람이 많이 생기신듯.. 즐거운 새학기 되십시오~/
Commented by 元銘 at 2006/03/18 12:55
어머, 아는 사람 없이 혼자 논다며? 으흠. =+='
Commented by 미르시내 at 2006/03/20 15:17
/비오네님/
넘어졌어요. -┏ 그 상태로 버스 못 탔으면 완전 더 민망할 뻔했어요. ^^;;;;;
혹시 제 손바닥을 보셨...지는 않으셨겠지요?; 보여드리는건데...(...)
이젠 보라색으로 보여요 아주;;; 네, 저는 AB형 천재랍니다♡
뭐, 그 인연을 언제까지 지속해나가느냐가 관건이겠지요.
비오네님도 하숙집 여학생들과 즐거운 새학기를...+_+ (랄라~)

/元銘/
그건 사실인 거 알면서 아힝///
아는 사람 없이 혼자 노는데...-_-; 아는 사람 진짜 없어. (윽 자랑이 아닌-_-;)
게다가 친구들이 이번에 전부 휴학할 위기에 처했어...;;; 으악 난 몰라;
그래그래 너는 아는 사람 많은 즐거운 새학기? 꺄아~♡///
즐거운 학교생활~ 와아~ 즐거운 생일~(...응?;)
Commented by shikishen at 2006/03/20 16:59
헤에... 그래도 뭔가 드라마틱한 한주일이었던 것 같네요.. 손바닥 언능 쾌차하시길 바래요. 근데 생일이세요..?
Commented by 미르시내 at 2006/03/21 21:00
/시키센님/
토요일엔 교통카드 충전하러 삼화고속 앞 슈퍼에 갔다가
마주치기 곤란한 아이를 만났어요. -_-; 왜 그런 외딴 곳에서 알바하는 거야!
저렇게 몰아 적고 보니 정말 드라마틱...;
손바닥은 이제 좀 괜찮아요~ 지금 보니 별거 아닌 듯...; (엄살-_-;)
아, 제가 아니라 저 위에 元銘이라는 아이가 생일이에요~
이번주 일요일에 마짱 생일 겸 번개 그런 거 하면 안돼요!!!!!!!!!!
전 며칠 전 3월 19일에 생일 D-11달을 맞았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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