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1월 21일
별이 빛나는 밤에
 겨울― 별이 가장 잘 보이는 계절.

 인천, 특히 내가 사는 동네는 별이 잘 보이지 않는다. 언제나 밤하늘은 희뿌옇게 보일 뿐이다. 별은 고작해야 달 아래 하나 정도. 그러나, 겨울이 되면 별이 정말 잘 보인다. 하늘은 그리 선명하지 않더라도. 신기하고, 또 신기하다. 그래서 겨울 밤마다, 나는 별을 보기 위해서 옥상에 올라가곤 했다. 옷을 잔뜩 껴입고 돗자리를 깔고 누웠다가, 그래도 추워서 덜덜 떨면서 다시 이불까지 바리바리 싸들고 올라가기도 하고……. 그렇게 가만히 누워 하늘을 바라보면, 정말 말 그대로 '시야 가득 들어와 눈이 시린 별들의 모습'이 꿈만 같아서, 그 별빛 속에 잠이 들고 싶었다. 하늘이 탁 트여 보이는 어느 공원이 좋았다. 별이 잘 보이는 겨울이 좋았다. 그렇게 별이 좋아서, 난 알퐁스 도데의 '별'을 사랑했고, 강경옥님의 '별빛속에'에 감동했고, 나의 '미리내'를 떨쳐버리지 못했다.

 그렇게 나는, '별빛속에'의 신혜(시이라젠느)처럼, 언젠가부터인가 별을 보며 마음의 안정을 찾고 있었다. 그랬다. 2003년에 수능을 끝내고, 좌절 속에 있을 때 어느 날 밤에 온다던 사자자리 유성우를 그렇게 기다렸던 듯 하다. 그래, 그날 밤 옥상에 올라가 유성우를 기다렸다. 눈앞 가득한… 별을 보았다. 사자자리 유성우…, …보지 못했다. 그렇게 멍하니 마냥 기다리다가 새벽에야 잠이 들었는데, 그 다음 날 지각을 한 것이다. 그것도 9시 넘어서. 출석부에 체크되고, 그래서 12년 개근은 날아갔다. 수능 다 끝내 놓고 말이지. 어쩌면… 그 별들이 나를 구원해 주리라 믿었던 건 아니었을까. 별똥별에 소원이라도 빌려 했던 것일까. 수능의 압박은 다음 해까지 이어져, 재작년 겨울엔 그 심적 괴로움의 정도가 심했다. 현실에 짓눌려 괴로울 때마다 별을 보고 싶어했다. 갈구했다. 그렇지만 그것은 그 순간마다 늘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별을 보지 못한 밤이면, '왜 이것조차 내겐 허용되지 않는 걸까―'하며, 병적으로 틀어박혀 다음날 밤을 기다렸다. 기다리고 기다렸다. 언젠가, 보았었을까. 기뻐했을까.

 그런데 이번 겨울에는 별이 잘 보이지 않았다. 하늘은 언제나와 다를 바 없이 희미하기만 했다. 그래서… 잊고 있었다. 가끔 하늘을 올려다보면 언제나 그대로였기 때문에. 그냥 그렇게 잊고 있었다.
 1월 20일 늦은 밤, 버스에서 내려서 20분 걷는 길, 음악을 들으며 무심코 하늘을 보다가 별을 보았다. 익숙하고 사랑스러운, 오리온자리의 나란히 늘어선 2등성 3개가 보였다. 동남쪽 하늘이 먼 기억 속에서부터 나를 반긴다. 차가운 공기가 뺨을 스친다. 언제나 그 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듯― 그렇게 먼 길을 돌아 한꺼번에 내게로 찾아온 듯, 무심코 맞이하게 된 겨울 밤하늘이었다. '밤의 음악'을 들으며 언제까지나 기억하고 싶은 그 광경을 눈에 담았다. 길에 그렇게 서 있는데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동네 동생을 만났다. 왜 안 들어가냐고 물었다. 하늘이 아름다워서라고 했다. 그애는 피식 웃었다. 하지만 정말로 그랬다. 응……. 오후에 버스를 타고 약속 장소로 향하던 길의 하늘은, 비온 뒤처럼 잿빛이기만 했는데, 어째서 이런 하늘이 보일 수 있는 것일까. 모른다. 단지 심장이 고동친다. 행복이 넘쳐흐른다. 언제나 설레게 한다. 나는 그렇게 가만히, 그 광경을 마주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걸로 행복하다면, 행복한 것 아니겠냐고. 이 작은 것 하나만으로, 모든 근심이 다 쓸려나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들뜬 일과 후의, 오랜 시간을 지나 마주친 오늘의 밤하늘처럼. 오늘은… 잠시 행복한 밤.
by 미르시내 | 2006/01/21 02:01 | 상념 | 트랙백 | 덧글(2)
트랙백 주소 : http://mirsinae.egloos.com/tb/2133853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시온 at 2006/01/21 16:33
아....그 유성우라면 덜덜떨며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웃음)
저희집은 시골이라 아직 별이..잘보여 가끔 하늘을 올려다보곤 하는데 별자리 같은것을 찾는건 영재주가 없어서 "어 저거 북극성인가 아,저거 곰자리?북두칠성?;" 이러고 한참을 뚫어지게 바라봐도 전혀 모르겠어요.음.그냥 바라보는걸로도 좋지만...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다가 그순간은 밤하늘의 은하수처럼 곱게 반짝이며 스윽 보드랍고 따뜻한게 싸아-하고 눈앞에서 흩날리며 반짝거리는 기분.
몇년전 기억이지만...굉장히 또렷하게 남아있네요.그때 한참 별빛속에를 읽고 있어서 마지막 자연과 오버랩...이 되었을수도 있지만;
Commented by 미르시내 at 2006/01/22 00:34
/시온님/
꽤액! 유성우!!! 보신 겁니까!!!!! 부럽습니다아...ㅠ_ㅠ 멋진 기억이네요...!
저도 별이 잘 보이는 곳에 살고 싶어요. 그것이 일생의 소원 중 하나...(쿨럭)
공기가 나쁜 곳이 밝은 별만 잘 보여서 그런가, 저 2등성 3개는 찾기 쉽더라고요.
저도 다른 건 별자리 그림 들고 봐도 못 찾고요. (저만의 별자리를 만듭니다;)
아무튼 와아- 정말 부럽습니다. 멋질 것 같아요.
별똥별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제가 기억하는 한에서는요. 흐엉.
듣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워요.
그래서 유성우도 보고 싶고... 은하수도 직접 보고 싶어요.
어렸을 때 친구 시골에 놀러갔을 때가 별을 가장 많이 본 것 같은데
그 때 은하수를 본 것 같은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있긴 해요.
정말 인천이 공기가 나쁜가봐요. -_-;
근데 중고등학교 때 친구들도 별똥별 잘만 봤던데...;
서울 사는 사람들도 보았다고 하고요.
아니 왜 난 여기 살고 있는 거지...ㅠ_ㅠ
평소엔 별이 정말 한두개 정도밖에 안 보여서
가끔 이렇게 몇십 개 보이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어요.
...여기서 '아아... 아름다운 별들이다...'라고 대사 한번 해주고...;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