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2월 18일
임수정 머리
 아주 예전부터 이 머리를 하고 싶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다른 아이들이 파마를 하고 염색을 하며 자유(?)를 만끽할 때엔(그렇다고 아이들이 중, 고등학교 때 파마, 염색을 안 했다는 건 아니지만) 나는 아주 무기력한 상태였고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뭐, 핑계이지만. 대학에 들어갔지만 어차피 재수할 거― 라고 생각하면서 친구도 사귀지 않은 채 인연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을 차단하고 꽁꽁 숨었다. 어차피 떠날 거라고 생각해, 차라리 짧게 끝날 거 안 만난 셈 치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반드시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지난날의 상처가 나를 주눅들게 했을지라도 나는 여전히 사람 없이 살아갈 수 없는, 끝없이 사랑을 갈구하는 존재이니까. 아무튼 자신을 꾸민다든가, 동아리나 학회 같은 곳에서 올 수 있는 인간관계 등을, 이렇게 대학에서 즐길 수 있는 모든 것을 차단했지만 그렇다고 공부를 열심히 했니? 크흐흐. 어쨌든 재수할 때도 삼수할 때도(수능 성적표는 언제 가지러 갈 거니, 대체), 머리는 그냥 기른 채 내버려두었다. 나중에 좋은 상태의 머릿결(설마)로 확 질러주자! 라는 생각이었는데. 그래서 이 임수정 머리를 오랜 시간 갈구해(?) 왔는데……. 임수정 머리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임수정 머리의 매력을 느끼기 위해(뭐야 그게)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도 뒤늦게 봤는데……. (사실 임수정이 좋았다. 털썩.)
 엄마가 적립카드 있다고 해서 쉬는 날 기다려 그 미용실에 갔다. 원래 기말고사 끝나고 친구들이랑 같이 갈까 했었는데 엄마랑 같이 가면 내 돈 안 드니까. 으음? 그런데 전날 엄마랑 싸우고 말았고… 아버지와 잘 싸우지 엄마랑 싸우는 일은 진짜 좀처럼 거의 없는 일인데. 아무튼 어찌어찌 해서 그래도 예정대로 미용실에 갔다.
 오늘은 아침부터 눈이 왔다. 그래, '눈의 꽃'을 들으면서 눈길을 걸으며 진정한 임수정이 되는거다?! 주안까지 버스 타고 갔다. 그래, 난 당연히 미용사 언니가 임수정 머리에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역시 칼라잉크가 없어서 얼굴이 파란색으로 나온다고 해도 사진을 프린트해 갔어야 했다. 흑백모드로 전환해서라도 사진 인쇄해서 가져갔어야 했다. 네이버 지식인에서 임수정 머리 쳐서 나오는 거 흘려보지 말고 잘 기억했어야 했다. 진짜 미용사 언니가 임수정 머리에 대해 알고 있을 줄 알았다. 주안이라고 해서 나름대로 번화가니까 음, 유행(작년 유행이지만)에 민감할 거라고 생각했다. 주안 뒷역에 있던 그 미용실은 번화가라기보다 동네 미용실에 가까웠다. 그렇다고 내가 동네 미용실을 무시하는 건 절대 아니다. 단지 주안이라길래 번화가 쪽인 줄 알았다. 나를 맡은 미용사 언니는 그래도 젊은 축에 속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난 커다란 속눈썹을 붙인 그 언니가 임수정 머리 하면 무엇인지 알 줄 알았다. 그런데 모르신단다. 샤기컷 후 텍스쳐펌. 그것이 가물가물하더라도 말했어야 했다. 말로 설명하니까 굵은 웨이브를 해 주신단다. 굵은 웨이브라 하면 임수정 머리를 갈구하기 전에 꼭 하고 싶었던 머리라, 그리고 자연스러운 거면 아마 그 머리일 거라니까, 그걸로 했다.
 이게 어딜 봐서 임수정 머리인가. 사진 없었으니까 똑같을 거라고는 기대도 안 했지만. 그냥 염색이나 할 걸 그랬다. 처음엔 이게 정말 굵은 웨이브인가, 자글자글한 파마 아닌가 의심했다. 집에 와서 베개에 머리를 비비대며 빨리 풀리라고 오열했다. 머리 감으면 좀 풀릴까. 근데 일어나서 보니 좀 풀린 것 같기도 하다. 이거 기뻐해야 하는건가. 뭐, 생각해 보니 문제는 머리 끝이 너무 뭉툭해서 아줌마 같은 것…일까? 그냥 집에서 임수정 머리를 보며 혼자 확 잘라버릴까 생각하고 있다. 미용하는 친구한테 연락해볼까. 아흑.
 내일 약속 있는데. 내일 모레부턴 토익 수업 시작하고 친구 가르쳐줘야 하는데. 혼자라 상관없지만 발레 보러 가야 하는데. 영상회도 가야 하는데. 크리스마스인데……?



 ……임수정 머리 포기 안한다. 어울리건 말건 상관없어. 언젠가 염색까지 꼭 하고 말테다! 이제부터 머리모양을 연구하는 존재가 될테다. (이런 데만 집착이 강해요.) 순간 어제 전철에서 보았던, 임수정 머리 하고 모자달린 흰색의 판쵸(꺄악~♡) 입고 청치마 입고 검은색 레깅스인지 쫄바지인지 타이즈인지 신고 어그부츠 신은 여성분이 떠오른다. (자세히도 봤다.) 소지섭 닮지는 않았고(박주영 닮았다. 어머 내 스타일?) 스타일도 소지섭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여성분과 함께 있으니 영락없는 소지섭으로 보이던  남성분도 떠오른다. 마치 영락없는 무채커플. 여자가 남자 어깨에 기대어 잠들어 있었다. 어머?
by 미르시내 | 2005/12/18 22:10 | 일상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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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존슨 at 2005/12/18 22:19
에헤헤 임수정머리 에헤헤 기대하겠사와요~♡
(p.s '안경을 벗는 반전'도 이룩하시는 겁니다)
Commented by 텐(天) at 2005/12/18 22:24
미르시내님이면 어울리실 것 같아요. +_+ 귀여우시고 머리숱도 많으시니까요.
전 저런 머리를 하고 싶어도 머리숱이 적어서 못해요. 엉엉엉 ㅠ_ㅠ;;
그나저나 지금 파마 머리도 궁금하네요. 저도 파마가 거의 풀려서 다시 해야 하는데 돈이 없어요. 엉엉엉 ㅠ_ㅠ
Commented by 미르시내 at 2005/12/18 22:53
/존슨님/
으흐흐 임수정머리 으흐흐
악 그러나 지금은 임수정머리가 아니란 말입니다 아흐흑.
언젠가... 언젠가......;
안경은...정말; 언제가 될까요OTL 알 수 없네요ㅠ_ㅠ
눈 되게 나쁜데 렌즈 되려나요; 지금 안경도 바꾸어야 하는데...;;;
네이버 지식인에 보니까 저 머리는 안경 쓰면 안 어울린다네요 아악...-_-;

/텐님/
앗, 저 머리숱 적어요OTL 어머 그럼 저 머리 안되려나;;;
어릴 땐 진짜 많았는데 커 가면서 스트레스성 탈모증인지 혈액순환이 안되서인지;
엄청 빠지면서 폭삭 줄어들었지요. 지금도 빠지는 중; 스트레스 안 받으면 다시 날까요? ㅠ_ㅠ
언제 한번 비교사진을 올려보죠 으흐흐.
그래서 예전에 머리숱 많았다고 하면 애들이 안 믿어요. -_-; 쳇.
지금 파마 머리는 안 궁금하셔도 돼요! OTL 묶고 다닐래요 아흑.
금방 풀리나요? 전 파마해 본 적이 없어서...;
게을러서 관리도 잘 안 하고...-_-; 저도 돈이 없어요 꽤액.
Commented by 元銘 at 2005/12/30 22:10
앞머리도 아니었어. 영.
다음부턴 머리를 풀고 오도록 해.
(나한테도 해당되는 사항인가_-)
Commented by 미르시내 at 2005/12/30 22:25
/元銘/
'영' 아니라서 미안하다. -_-;;;
아니, 이 머리 앞머리 말고, 두번째 머리 앞머리 같긴 했어. -_-;
(미사에서 임수정 머리가 세 종류가 있...; 음? 근데 저 머리 앞머리 같기도 한데...-_-;)
그 전날부터 머리 묶었었거든.
그래서 머리 감은 다음에 풀고 가려고 했는데 시간이 없어서...-_-;
다음의 네 머리를 기대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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