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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2월 16일
언젠가부터인가 세상은 내게 관심의 밖이 되어버렸다. 나의 문제만으로도 너무나 골치아픈 나머지, 나의 사고능력은 오로지 나의 감정을 표현하는 묘사 쪽으로만 발전해나갔다. 생각하고, 끝없이 생각했다. 그렇다고 나는 그 사고로 인해 발전해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쪽의 의견, 저 쪽의 의견. 이리저리 보다가 나는 나의 의견을 갖지 못한 채 붕 떠 있었다. 누군가 말하는 것을 보며 시끄럽다고 생각했다. 궤변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그의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속으로만 비웃고 있었다. 아니, 반박할 수 있는 언어능력이 부족한 거였을까. 아니면 반박할 수 있는 사고능력이 부족한 거였을까. 궤변이다. 하지만 왜 궤변인지는 모른다. 모른다…? 모르는 것일까. 단순한 자신감 부족인가. 세상을 바라본다. 세상을 등지고 살 수는 없다. 알지 않으면 안 된다. 좀더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우지 않으면 안 된다. 표현해야 할 것이다. 나만의 사고관을 확립해 나가야 할 것이다. 표현하기 위해서는 알아야 하겠지. 중학교 3학년 때 같은 반에 왕따가 있었다. 중학교 1학년 때 전학온 아이였다. 처음엔 친구가 있었다고 한다. (고등학교 때 친구 중 한 명이 당시 그녀의 친구였다.) 체육시간에 그 애 때문에 단체기합을 받게 되면서 그애는 왕따가 되었다. 전교생이 모두 그녀를 알았다. 나도 이름만은 알고 있었다. 중학교 3학년 때 같은 반이 되었다. 그애가 나에게 다가왔다. 통성명을 했다. 나는 놀랐다. 그리고 우리는 친구가 될 수 없었다. 같은 반의 기가 센 아이들은 언제나 그녀에게 시비를 걸었다. 거슬리게 했다. 그녀 특유의 울 것 같은 목소리와 어눌한 말투로 저항하곤 했지만 아이들은 비웃을 뿐이었다. 당시 나는 반장이었다. 어느 날 그녀가 왕따였다는 걸 알게 된 담임 선생님이 나를 불러 말했다. "네가 말을 해 주지 않으면 나는 어떻게 아느냐. 지금 와서 애들한테 뭐라고 할 수도 없고……." 싫어했던 담임이었다. 정말이지 내 학창시절을 통틀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싫어했던 교사였다. 그냥 "네, 네."거리며 대답했다. 속으로는 '왜 지금 와서는 못 해결하는데?'라고 생각했다. 언젠가 그 애의 부모님이 학교에 온 적이 있었다. 반에 들어와 교탁 앞에 서서 아이들에게 통사정을 하는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만큼 어눌했다. 이야기를 하다가 나를 불러세워 지갑에서 만 원 짜리를 꺼내더니 주려고까지 했다. 물론 거절했다. 그러나 내가 비웃었던 나의 담임처럼, 나는 여전히 그 애를 도와줄 수 없었다. 조별 모임이 있을 때 같이 하는 것 정도가 전부였다. 그래도 그녀는 웃었다.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했다. 언젠가 우리 집에서 가정 실습을 끝내고 사진을 찍은 뒤, 다른 아이들과 집에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역시 한번 왕따는 영원한 왕따야." 그것을 벗어나기 위하여 온갖 짓을 다 했다. 아이들이 그녀를 추천하곤 하면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나섰다. 그녀는 그것을 즐기고 있는 듯이 보였다. 아이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그 순간이 즐거웠을까. 어떤 종류의 희망을 가졌을까…? 자신을 놀리는 아이들의 기꺼운 놀림감이 되어 주었고, 즐거워보였다.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최후의 몸부림일지도 몰랐다. 어느 날, 과목 선생님이 같은 반 아이를 혼내다가 왕따의 주도자, 방관자 등을 적어 오라고 시킨 적이 있었다. 왜 그런 상황이 되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 애는 자신과 다른 아이들을 주도자에 적었다. 나와 내 친구들은 방관자에 들어갔다. 소위, 겉으로는 착하게 보이는 아이들이었다. 몇 개의 그룹이 더 있었던 듯 한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기억은 묘한 느낌으로 남아 있다. 그 애는 그래도 주도자보다는 나은 그룹에 써 준다고 한 것일테지만, '방관자'라는 말의 느낌은… 정말로 묘했다. 그리고 묘하다. 아무 것도 하지 못한 무력감이 밀려온다. 그녀는 새출발을 하기 위해 중학교 아이들이 전혀 쓰지 않는 고등학교를 지망했다. 그리고 1지망에서 떨어져서, 나와 같은 고등학교에 오게 되었다. 중학교 동창이 많이 온, 그녀가 생활하기에 힘들어 보이는 고등학교였다. 고등학교 3년 동안 나와는 같은 반이 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1학년 땐 친구와 같이 다니는 모습을 보고 속으로 잘 지내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생활은 오래 가지 않았고 그녀는 다시 왕따가 되었다. 친구도 그녀를 버렸다. 대중심리가 그녀를 버렸다. 같은 반이 아니었기 때문에 자세한 상황은 알지 못하지만. 2학년, 3학년이 지나갔다.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졸업을 하고, 후에 그녀의 소식을 알게 되었다. 재수해서 꽤 알아주는 대학교에 들어갔다. 중학교 때 같은 반 2등을 제치고 자기가 2등을 한다면 반에 에어콘을 놓을 거라고 으름장을 놓던 애였다. 해내지 못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그녀는 그렇게 공부를 잘하는 축에 속하지 못했다. 그러나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교에 들어갔고, 그리고 잘 지내고 있는 듯이 보였다. 다행이다. 앞으로는 잘 지냈으면 한다. '방관자'라는 말에 대한 기억을 말하려다가 이렇게 다른 곳으로 빠져버렸다. 이런. 생각해 보니까 나도 수능 성적표를 찾아와야 할 듯 한데. 나는 나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누군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세상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을까. 내용이 이상하게 되어 버렸다. 뒤죽박죽. 이래서 사고능력의 부재라는 것이다. 이건 언어능력의 부재에 가까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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