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2월 09일
다섯 개의 순정판타지 展
 어제 아침에 일어나니 감기가 걸려 있었다. 전날밤까지 아무런 증상이 없었는데 갑자기 왜!!! …아무리 생각해봐도 전날 밤에 더워서 두꺼운 웃옷을 벗고 남방만 입고 자서인 것 같다. 그것밖에 이유는 없는 듯. 그런데 그거 가지고 감기 걸리나? 집안이 추운가…? (나 더워서 그런거였잖아.) 아니면 감기가 원래 이렇게 갑자기 증상이 나타나는 질병이었나?

 전에 물 안 나오던 건 아랫집 변기 물이 새기 때문이라고 해서 그저께 아버지가 밸브를 조이고 오셨다. 근데 물이 새면 다 아는데 아랫집 아주머니께서는 왜 새는 곳이 없다고 하신 것일까! 그래서 따뜻하게 있으면 좀 나을까 해서 오랫만에 느긋하게 목욕하고, 보일러 틀고, 난로 옆에 있다가, 맨바닥에 누웠다가, 방에 들어가서 이불 속에 있다가, 잠들었다 일어나니 이미 1시. 약속은 3시인데!
 그래서 어서어서 챙기고 집을 나왔다. 나가기 전에 동생이 먹던 감기약이나 먹고 나가려고 했는데 약이… 없…다……. 곽밖에 없다……. 언제나 다 먹고 나서 상자는 안 버리더라! 사람 기대되게~!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역 가는 버스를 놓쳐서 그냥 먼저 오는 좌석버스 탔다. 늦었다…. 전철 갈아타고 약속장소에 도착해서 이미지퍼즐 분들을 만나고, 곧 한국만화박물관(부천만화정보센터)에 도착. 한국만화박물관에서는 12월 8일부터 내년 2월 26일까지, 다섯 개의 순정판타지 展(Fall in Fantasy)이 열린다. 신일숙, 강경옥, 김진, 김혜린, 황미나 선생님의 다섯 작품을 전시한다. '아르미안의 네 딸들', '별빛속에', '바람의 나라', 불의 검', '레드문'.

 처음 와 본 한국만화박물관을 구경하는 도중 기둥들 사이로 강경옥님의 인터뷰 장면이 나오는 것을 보았다. 그 왼쪽으로는 신혜가 풀밭에 누워 밤하늘을 바라보며 '우주에 가보고 싶다…'라고 중얼거리는 장면이 까맣게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었고(대사는 빠지고 밤하늘과 별이 중심이 되었지만.), 옆에는 별빛속에 줄거리가 만화 장면과 함께 요약, 전시되어 한눈에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밤하늘 장면. 최근 별빛속에를 다시 읽으면서 나는 새로운 사실을 깨닫고 이 장면을 다시 보게 되었다. 다른 눈으로 바라본 그 장면은 아름답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무섭기도 했다. 주인공인 신혜는 언제나 밤하늘을 동경하며 우주에 가고 싶어한다. 그녀는 어느 날 초능력자인 사라와 레디온을 만나게 되고, 그 후 아르만과도 마주치며 그들에 대해 알게 된다. 아르만은 자신들에 대한 신혜의 기억을 지우기 위해 그녀를 납치한다. 영문을 모르는 신혜는 두려움에 떨며 '싫어! 외계인 같은 거… 우주 같은 거 싫어!'라고 속으로 외친다. 언제나 우주를 동경했을지라도, 그것이 현실로, 그것도 두려운 형태의 현실로 다가온다면 생각은 예전과 같을 수는 없겠지. 그리고 아르만이 신혜의 기억을 지운 후, 풀밭에서 눈을 뜬 신혜는 자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 어리둥절해하다가, 눈 앞에 펼쳐진 밤하늘을 바라보며 언제나처럼 중얼거린다. '우주에 가보고 싶다…'

 전시 쪽은 아직 준비중이라고 해서 열람실 쪽으로 가서 책을 읽었다. 근데 열람실에서 책을 읽고 계신 분들이 노말시티가 표지인 윙크를 들고 기뻐하시길래 '으하하하 저 분들도 경옥님 팬분들이시구나~'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스타가 되고싶어?'도 발견하신 것 같았는데……. 열람실 안은 르네상스부터 윙크까지… 여러 만화잡지들이 가득! 단행본 쪽은 종류도 별로 많지 않고 정리가 엉망이라서 책을 찾기 힘들었다. 그래서 어릴 적 추억의 소년소녀고전만화(?) 금방울전…이랑 황미나님의 레드문을 꺼내 읽으며 시간을 보내다가 4시 50분경에 개막식을 시작한다고 해서 밖으로 나왔다.

 전시전 쪽에 가서 서 있다가 강경옥 선생님이 오시는 걸 발견하고 인사를 드렸다. 아까 열람실의 그 분들이 이쪽에 먼저 "이미지퍼즐에서 오신 분들이세요?"라고 말해 주셔서 반가웠다. 역시 그랬던 거야!!!
 전시 만화가 중 오신 분은 강경옥, 신일숙, 김진 님. 개막식 중에 한 마디씩 하시고, 아까 봤던 인터뷰 영상이 재생되었다. 보면서 '저거 소장할 수는 없을까~"하고 안타까워했는데, 다행히 전시회 책자에 다섯 분의 인터뷰가 전부 실려 있었다.

 전시회 구경 후에 선생님께선 다른 행사에 가시고 우리는 식사를 하러 갔다. 감기 때문인지, 매운 걸 잘 못 먹어서인지, 얼마 먹지 못한 우거지갈비탕이 눈에 계속 밟힌다. 푸하하하. 그나저나 우거지갈비탕이 원래 그렇게 매운 음식이었던가?

 송내 쪽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가 집 앞에 바로 오는 버스로 갈아타고 왔다. 그 버스가 부천역에도 오겠거니 했는데 안 오다니. 나중에 노선표를 살펴보니 부천시청은 있었던 것 같은데. 흑. 그냥 가던 대로 전철 타고 올 걸 그랬다.



 맨바닥에서 자다 나가서 그런지 허리가 아프고, 온몸이 쑤시고, 나중엔 다리가 후들거려서 걷기조차 힘들었다. 아아, 정신 몽롱. 집에 와선 약이랑 쌍화탕 먹고 이불 속에 폭 들어가서 잤다. 그런데 신기하게 새벽 3시에 온 문자에도 바로 답장을 할 수 있었다. 무음인데? 아무튼 그래서 어제의 포스팅은 땡~ 이로써 '하루에 한 개 포스팅하기' 프로젝트도 물건너갔다~(미련을 버리자~♪)



 이 글의 주제는 다섯 개의 순정판타지 展인가, 감기인가!
by 미르시내 | 2005/12/09 21:52 | 일상 | 트랙백 | 덧글(8)
트랙백 주소 : http://mirsinae.egloos.com/tb/2009316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텐(天) at 2005/12/09 23:47
우와아아아앗!!!!!!!!!!! 부, 부천은 먼데!!!!!!!! OTL
별빛속에.. 아아... 강경옥님 정말 좋아요.. 저에게 있어서 최초의 좋아하는 만화가이신 분.. ;ㅇ;
Commented by 미르시내 at 2005/12/10 22:32
/텐님/
근데 전시 공간이 좁아서 볼 건 별로 많지 않아요^^;
밖에 시이라 동상이 있던데(이번 전시회를 위한 건 아니고;) 그게 참 충격적이었어요. -_-;
(같이 사진도 찍었...-_-; 아; 가까이서 보니 더 충격적...-_-;)
책자 두 개 가져왔는데 하나 드릴까요? +_+
저도, 최초로 좋아하게 된 무언가...라고 할 수 있죠.
그로 인해 어떤 열정이라는 것이 생기게 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헤헤. 좋아요~
Commented by 텐(天) at 2005/12/12 09:22
와앗!! 두 권 있으시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ㅇ;
강경옥님 정말 좋아요~ 초등학교 4학년 때 친구 집에서 21권짜리 별빛속에를 보고 난 뒤 좋아하게 되었지요. 사실 그 때는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느낌이 오더라고요. 아~ 정말 좋아요. ;ㅇ; 게다가 강경옥님은 별빛속에 외에도 모든 작품들이 다 좋아서.. 정말 멋진 분이세요.
Commented by 미르시내 at 2005/12/13 21:19
/텐님/
네~ 다음에 갖고 갈게요~
저도 처음 읽었을 땐 이해를 하는지 못하는지도 기억나지 않지만 그냥 좋더라고요~
저는 그 초등학교 4학년이란 게 정말 신기해요~//ㅂ// 꺄아아~ 멋져라...! (쿠웅)
멋지죠 멋지죠 멋지죠 멋지죠 멋지~...(끌려나간다)
정말이지 어떤 작품이든 한 번도 실망시킨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아니 뭐 제가 팬이어서가 아니라...!
Commented by 시온 at 2005/12/21 13:37
-벨리에서 건너건너 찾아오게 되어 발자국 남깁니다;
강경옥님-저도 너무 좋아하는 작가님이라 언젠가 시간되면 꼭 부천에 가서 보고싶네요.^^
전 별빛도 좋았지만 노말시티를 너무 좋아해서- 두만화다 볼적마다 엉엉울었지만
신작이 너무 뵙고 싶은 작가님이라지요.^^

Commented by 미르시내 at 2005/12/21 22:32
/시온님/
앗, 안녕하세요~ 강경옥님 좋아하신다니 반갑습니다!
시온이면 혹시 노말시티의 시온인가요? 부러운 성격의 캐릭터라지요...!
전시는 오랫동안 하니까 다녀와 보세요~
노말시티도 정말 좋지요~///
가끔 볼 때마다 떨리고,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이... 그 감정들이 정말 처절해요.
어쩜 그렇게 매번 새롭게 다가올까요. ^^;
저는 다른 팬분들에 비하면 좋아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신작을 접할 기회가 별로 없어서 안타까웠었는데요.
노말시티도 거의 끝나갈 때였고, 두 사람이다도 연재중이었으니까요.
(음, 그래도 노말시티는 마지막을 잡지에서 봤던 기억이 나요. 걸어가면서 읽었...;)
그래서 연재가 시작되는 처음부터 조금씩 기다리며 차근차근 읽어 가는 느낌을 가지고 싶었어요.
내년 초부터 '설희'라는 제목의 작품을 연재한다고 하십니다. 판타지 분야래요. ^^
Commented by 시온 at 2005/12/22 14:32
너무 닮고 싶은 캐릭터라 닉으로나마(...)마르스,이샤,비너스,진,케인 사령관님 등등 누구하나 사랑스럽지 않은 캐릭터가 없지만 시온은 정말 가슴에 돌덩이 하나 얹은 기분으로 지켜만 보았던지라 그 마지막이 너무 아쉽고 슬프고, 기억에 남아요.어쩌면 이렇게 상냥하게, 처연하게 웃으며 친구를 향해 웃어줄수 있을까, 강경옥님의 그 섬세한 묘사에 정말(;)울고 웃었더랍니다.
시온양이 죽을때 막 울었는데 시온양이라면 괜찮다고 괜찮다고 울지 말라고 머리를 쓰다듬어줄것 같은 그런 상냥함과 부드러움. 흙.
새로운 소식, 설희!우, 정말 기대기대.

미르시내님, 실례가 안된다면 링크해도 될까요[__]?
Commented by 미르시내 at 2005/12/22 22:04
/시온님/
아, 역시 그 시온이 맞았군요. ^^
전, 셋에서 둘... 돌아갈 수 없는 세 사람...이랄까. 그런 느낌이 참 마음아팠어요.
닿을 듯, 닿을 듯 하면서 닿지 못하는 그런 이야기 있잖아요.
그런 거 정말 안타까우면서도 좋아하...거...든요. -_-;
왠지 저도 그런 이야기를 그리고 싶달까요;
마르스와 시온, 진의 이야기는 그런 건 아니지만
마르스가 왜 하필 그 순간에 변해야 했을까―하는 것.
그리고 결국 시온의 결말은 왜 그렇게 되어야 했을까...
'시온'이라는 이름으로 생활했던 마르스와 트롤 진영에서의 진과 시온의 이야기...
감정의 상승, 하강과 함께 진행되는 듯한, 흘러가는 듯한 컷들이 감정을 무겁게 흔들어요.
그런 전개였고, 그런 표현이었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 거겠지만
역시 마음 아프고 슬픈 건 어쩔 수 없네요. ^^;
그렇죠, 시온은... 정말 마지막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았는데...
왠지 결국 그렇게 될 걸 느꼈더라도요. 아아...
정말 가슴에 돌덩이 하나 얹은 기분이라는 말이 딱 맞네요. ㅠ_ㅠ 시온...ㅠ_ㅠ
설희 기대되어요. 잇힝.
...실례라뇨. ^^; 링크라면 환영입니다. ^^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