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1월 28일
대림 주간 시작.
 (사진 출처는 네이버 mywhitebirch님.)

 대림(待臨) 주간 시작. 성탄을 기다리는 4주 간의 시기이다. 굳이 성탄만에 국한된 의미는 아니지만.

 난 크리스마스― 성탄절을 굉장히 좋아한다. 그 분위기와, 그 느낌을― 매우 좋아한다. 흰 눈, 행복한 사람들, 거리마다 켜진 불빛, 울려퍼지는 캐롤, 사철나무…… 따뜻함. 어두운 밤, 환하게 밝혀진 창마다 서리는 김, 그 사이로 보이는 행복한 웃음, 파티, 음식들. 그리고 먼 곳에서는 고요함. 그저 울려퍼지는 종소리. 밝혀진 마굿간 안, 구유. 그 2000년 전의― 어느 날. 목동, 양, 별, 어느 날의 탄생.
 성탄절을 좋아하는 것은 겨울을 좋아하는 이유의 중심에 위치한다.



 겨울, 충분히 쌀쌀한 겨울. 춥기 때문에 따스함이 더욱 소중히 느껴진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춥기 때문에 겨울은 따뜻한 것 같다. 겨울의 흰 눈과 입김, 얼어서 빨간 볼, 보슬보슬한 스웨터, 불이 켜진 난로, 불빛이 가득한 성탄 거리의 느낌을 좋아한다.



 언젠가, '좋아하는 계절'인 겨울에 대해 내가 답했던 내용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겐 겨울이란 고통의 시간이겠지만, 그래서 어린 마음에서 나온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난 겨울의 이런 느낌을 좋아한다.



 성탄절이 다가오기 전 교회에서는 4주 간의 기다림을 갖는다. 전례복은 보라색이며, 사철나무 위에 4개의 초를 마련한다. 4개의 초는 진보라색, 연보라색, 분홍색, 흰색. 대림 1주, 대림 2주, 대림 3주, 대림 4주……. 한 주가 지나면서 초 하나에 하나씩 불을 켜 간다. 1주에는 진보라색 초에만 불이 붙여지지만, 성탄 전 주인 4주째에는 4개의 초에 모두 불이 켜지게 되는 것이다. 성탄이 다가올수록 점점 밝아지는 것이다. 초의 색도, 촛불도. 성탄절이 되면 신부님과 복사(사제의 보조)들은 흰색에 금빛 무늬가 수놓아진 옷으로 갈아입으시는데, 그것이 얼마나 강한 느낌을 주는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나는 그 때마다 감격한다.

 작년 12월 24일에는 라야 영상회를 다녀온 뒤 성탄 전야 미사에 참석했었는데, 거의 끄트머리에만 참석했었지만 그 분위기란… 언제나 기분을 좋게 해 준다. 왠지는 몰라도… 그 분위기는, 그 느낌은. 좋아하는 것과 함께 하고, 돌아와 성탄을 맞았던 작년의 기억은, 정말 최고였던 것 같다.



 그리고 교회력으로 대림 주간은 새해의 시작이다. 성탄을 기다리면서 신부님은 담배를 끊어보겠다고 하시는데, 난 무엇을 할까. 그냥… 착하게 살아야겠다. 점점 스스로가 불만을 터트리면서, 차가워지고, 독설이 늘어가고, 무서워지는 것을 느낀다. 그러고 보니 이번 주에도 판공성사(성탄, 부활 때마다 의무적으로 보는 고해성사) 못 받았네. 가을 동안 성당 안 나갔는데. 정말이지 한번 빠지게 되면 계속 안 나가게 되는 것 같다. 바쁘다는, 스스로의 핑계이기도 하지만. 그러면서… 성탄 때나 부활 때가 되면 사람들은 나오기 시작한다. 와하하핫.

 나의 대림은 언제나― 고요한 밤, 모두가 잠든 밤에, Kenny G의 Holiday Album을 들으며 크리스마스 카드를 그리는 일인 것 같다. 이 일도, 10년 가까이 되려나.





 성탄을 기다리며. 언제나 두근거리는 이 때가 찾아온다―
by 미르시내 | 2005/11/28 01:58 | 상념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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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텐(天) at 2005/11/28 08:59
우리 집에도 대림 초 세트가 구비되었지요. ^^
올해 크리스마스는.. 지금 혼자 계획으로는 친구와 크리스마스 파티를 한 후 함께 성탄 전야 미사를 드리러 갈까 생각 중이에요. 크리스마스 미사 안 드린지도 몇 년인지.. 올해는 성탄 전야 미사도, 새해에 드리는 미사(이게 이름이 뭐였죠?;; 12월 31일 자정미사요.;)도 드리려고요.

미르시내님 글을 보니까 저도 두근거리네요.
Commented by 미르시내 at 2005/11/29 23:27
/텐님/
저희 집은 없어요~ 랄라라라라~(...)
이번에 '대림 초 사자~'그러니까 '집에 초 있잖아.'라고 하시네요. (...)
그냥 초 녹이고 크레파스 녹여서 만들어버릴까봐요!
저는... 12월 24일이나 25일엔 호두까기 인형 보구요~(...역시 혼자 계획)
음, 미사도 드리고... 친구는 무엇을 할까요?;
새해에 드리는 미사가 그냥 신년미사... 일단 자정미사라고 해두죠! (그래서야!;)
정말 좋아요, 이 기다림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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