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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 23일
수능 끝!
사실, 수능 전날인 어제 밤을 샐까 했다. 솔직히 말도 안 되는 짓이지. 하지만 그만큼 공부를 정말 안했다는 것에 따른 불안감을 내 스스로가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또, 내 영원한 적인 '귀차니즘'과 '집에 오면 잠(공부할 때만 특별히 적용되는 세션)'을 이기지 못하고 잠들어버렸지만. 정말이지, 끝까지 이러냐. 고 3인 남동생은 2학기 수시에 붙어버려서, 수능을 안 봐도 되었지만 "평생 한번밖에 없는 경험이니 봐보라."는 내 권유(그러는 본인은 이번으로 세 번인가….)에 수능을 보러 아침 일찍 일어났다. 그렇게 일찍 나간 것 같지는 않아 혹시 늦지는 않을까 걱정했었다. 그런데 방금 들은 얘기로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노라니 경찰차가 다가오더니 "수험생이지? 타!" 했다고. 그래서 동생을 태운 경찰차는 사이렌을 울리며 다른 차들을 마구 추월해가서, 신현동에서 인천남고까지 5분만에 도착해버렸다고 한다. (보통 걸리는 시간은 3~40분 남짓.) 동생이 일어날 때 같이 일어나서, 같이 밥을 먹었다. 엄마는 동생의 점심 도시락을 싸 주신다. 음… 내가 수능을 보는 것을 가족들은 모르기 때문에, 그 도시락은 내게 그림의 떡일 뿐이고, 나는 김밥천국 같은 분식집에서 김밥이라도 사서 챙겨가야 할 상황이었다. 동생이 나가고, 나도 곧 뒤따라나갔다. 요새 학교 근처로 일 다니시는 아버지가 태워다주겠다고 하시는 걸 "그냥 먼저 가겠다."며 나가고 말았다. 정말이지, 평소 같았으면 물론 "이히히!" 하며 기다리는 건데 말이다. 아침 7시.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버스정류장 앞에 바로 김밥천국이 있는데, 입실 시간인 8시 10분까지 남은 시간이 굉장히 애매해서, 오는 버스 놓치지 않으려고 그냥 서서 기다렸다. 나중에 도착해서 시간 남으면, 가까운 데서 뭐라도 사갈 생각으로. 다행으로, 12번 버스는 금방 도착했고, 나는 시험장소인 부개여고를 향해 갔다. 부개여고. 부평 근처에 있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 정확한 위치는 몰랐다. 시험 전 날에 미리 가서 위치를 확인해두어야 하지만, '네이버 지식인에 치면 나오겠지.'하고 생각해 가 보지 않았다. 네이버 검색으로 위치와 교통편을 알아두었는데 한 번에 가는 버스는 12번. 그것도 학교 바로 앞에 서는 건 아닌 것 같다. 부평동중 입구에서 내려서 걸어가야 한단다. 부평동중은 중학교 때 경시대회 나갈 때 늘 시험장소이던 학교라 금방 알아볼 수 있다고 생각해서 또 자세한 위치는 알아보지 않았다. 부평동중 옆에 부평여중이 있고, 횡단보도를 건너 맞은편에 부개여고가 있다니까,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니, 경시대회 보던 장소는 부평동중이 아니라 부평서중이었던 것 같다. 언덕 위에 있던 학교였으니.) 버스에서 내려서 지나가는 아주머니께 부개여고가 어디냐고 여쭈어보니 설명해주신다. 부평동중이라 예상되는 학교 옆을 따라 걷다 보니 이 길이 아닌 것 같아서, 직감을 따라 아파트 골목으로 들어가 무작정 앞으로 걷다 보니 시끄러운 응원 소리가 들리고, 나는 그 곳이 부개여고라고 확신해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고사실이 5층인 것을 확인한 후 입실했을 때는 오전 8시. 다시 말하지만, 입실 시간은 8시 10분까지이다. 정말이지 긴장이 풀렸긴 풀렸나보다. 그리고 수능 시험을 치루었다. 처음으로 보는 짝수형. 역시 지난 경험…이 있어서인지, 핸드폰도 1등으로 갔다 냈다. 가방도 앞에 1등으로 갔다 놓았다. 이힛. …그것만 1등이면 뭐해?! 아침부터 배가 아프기도 했는데 그래도 시험은 치룰 만했다. 늦는 바람에 점심은 못 사서, 점심시간에 그냥 아는 언니에게 받은 초콜릿을 마냥 먹으며 모범생인 척 하며 공부했다. 정말이지 오늘 새삼 느꼈는데… 초콜릿은 정말 맛있다! 아아아♡ 눈물난다. 눈물 젖은 초콜릿을 먹어보지 못한 자와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 6시 15분. 제 2 외국어까지 포함하여 수능 종료. 역시나 선생님들께서 확인하시고 정리하시느라 시험을 다 치룬 수험생들이 나가는 시간은 늦어졌다. 내 앞의 여고생이 "XX, 언제쯤이면 끝나는건데?", "짜증나~"라고 신경질을 부릴 때, 나는 그저 속으로 '오호호, 원래 그런 거란다. 원래 늦게 끝나거든? 너희도 나처럼 수능 세 번 치루면 다 적응되게 되어 있어.'라고 중얼거렸다. 하. 하. 하. 6시 45분에 드디어 모든 것이 완료되고, 나오는 길. 딸들을 데리러 온 부모님과 가족들이 기다리고 계신다. 어쩐지 난, 그것을 밖에서 바라보는 입장인 것 같았다고나 할까. 내 일이 아닌 것 같은… 그저 내가 수능 감독하러 온 선생님인 것 같은 느낌. 집에 돌아오는 길. 재작년에 CGV에서 수능 당일에 영화 공짜였던 것 같은 생각이 나서, 가까운 부평 CGV로 향했다. 부개여고에서 부평역까지는 마을버스. 카드를 찍었는데, 350원!!! 아침까지만 해도 어른요금이었는데, 드디어 학생요금이 적용된다. 그리고 부평역에서 CGV 가는 버스를 갈아탔다. 그런데 자꾸 버스기사 아저씨 무전기에서 "뒷차 고장. 5분 전에 인천대공원을 통과하였음. 도움 바람."이라는 식으로 안내가 나와서 멈추고 기다려야 되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 작년 수능 떄도 이런 일이 있었다. 수능 끝나고 버스를 탔는데 반대편으로 간 버스를 탄 거다. 그래서 내려서 반대편에서 다시 버스를 탔다. 그런데 얼마 가다 못해 버스가 고장이 난 것 같았다. 그래서 내려서 다른 버스를 기다렸다. 조금 있다가 온 같은 번호의 버스를 타고 가는데, 자리는 없었다. 조금 뒤에 다시 그 버스가 멈추더니, 전에 탔었던 버스 승객들이 다 여기로 옮겨 타는 것이었다. 자…리는… 없었다. 그렇게 힘들게 집에 왔던 기억이 나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되는 거 아닌가 신경쓰였다. 버스가 고장이 나고 다른 버스로 옮겨 타는 것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당연한 것이지만, 수능 때마다 이런 일을 겪게 되니……. 신기하기도 하고, 시기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아저씨께서 통화하시는 내용을 들어 보니, 배터리가 다 나갔다고 하신 것 같았다. 평소엔 이 버스 아저씨가 뒷차와 5정거장 사이를 두고 다니는데, 오늘은 10정거장씩이나 차이가 났다고, 그냥 가야 할 것 같다는 말씀. 부평 CGV에 도착해서 두리번거리니, 12월 8일까지 수험표 소지자는 1000원 할인이란다. 오늘은 공짜가 아니었던건가. 보고 싶은 영화 많은데. 그래서 그냥 나중에 가야지, 하고 집에 왔다. 아, 돌아오기 전에 은행에 돈을 입금시켰는데, 잔액을 확인해 보니 저번 달 영화 할인금액이 들어와서 기뻤다. 그리고 집에 도착. 배고프다. 아무튼 그리하여…… 수능 감상평. 언어. 괜찮았다. 언어의 이해 시간에 배웠던 촘스키가, 보기에 나왔음. 수리. ……이납신 미워요! 저 이제부터 마짱 좋아할거에요! 점심 시간에 어떤 애들이 이야기하는 걸 들었다. "OO 언니는 수리 30분만에 다 풀고 남은 시간 검산하잖아요, 그 언니 진짜 수리 잘하거든요? 근데 이번에 10분까지 풀었대요. (수리영역 종료 시간은 12시 20분.) 그래도 어려운 것 같진 않다던데요?" 부럽구려. 외국어. 듣기는 진~짜 속도 느렸다. 작년은 생각 안 나고, 재작년은 발음이 엄청 이상해서 좌절했는데, 이젠 속도가 느리다…니. 빠른 것보다야 당연히 낫지만…. 역시 평소와 다른 건 당황스럽다. EBS 영어듣기에 너무 익숙해 있어서 그런가. 그리고 독해. 완전 좌절. 해석이 하나도 안된다. 정말이지 영어, 싫다!!!!! …생각해 보니 나 지난 1년 동안 영어 공부 하나도… 안… 했다. 내가 진정 제정신인가?! EBS 영어듣기 책 반 권 정도 풀고, 단어 외우고, 그 뿐. 대학영어수업 한 것도 공부라면 공부일까. 아아. 이번에 영어 어려웠다던데. 그래도 잘하는 애들은 다 잘 한다. 하아. 사회탐구. 윤리, 국사, 세계지리, 한국 근 · 현대사 선택. 지난번에 한국 근 · 현대사가 아주 새롭고 이색적인 등급이 나와 버리는 바람에(다른 세 과목도 점수는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문제가 쉬웠는지, 등급은 엉망이었다. 윤리 1등급 50점. 2등급 없음. 3등급 48점. 4등급 47점. 이게 대체 뭐냐고. 난 47점이었다.) 올해는 사탐을 열심히(…라고 해봤자 개념정리 한번 한 것 뿐. 이러고 무슨 공부야!) 했는데 정말 어렵게 나와버렸다. 아하하하. 점수가 기대된다. 쳇. 제 2 외국어. 일본어. 일본어야 뭐…. 채점은 내일. 그리고 내일은… 새앳~노란 셔츠를 입고~ 금방이라도 노래부를 것 같은 표정~ 하고선 남편과 사이좋게 팔짱끼고 길을 가로지르러~ 가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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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쵸- 겨울의 하늘은 예..
by 미르시내 at 03/17 /텐님/ 제대로 나온 게 없는 듯 하지만... by 미르시내 at 03/11 사진 멋져요!! 전 주로 아침에 버스 타러.. by 텐(天) at 03/08 /밀리타/ 아, 그랬어...? 하긴 정말로.. by 미르시내 at 01/02 /밀리타/ 나는 그저 프로필을 바꾸고 .. by 미르시내 at 01/02 새해-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사.. by 시온 at 01/02 와 뉴 포슷힝? 후덜덜! 새해 복 많이 많이.. by Jen at 01/02 이 글 읽다가 울 뻔 했습니다.예전에는 .. by 밀리타 at 01/02 하앍하악 순위권!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능! by 숙희 at 01/01 헤에...방금 언니 싸이에서 이거 보고.. by 밀리타 at 01/01 최근 등록된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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