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1월 21일
eB T-money 카드 학생등록
 수능 다음 날의 서울行을 위하여 T-money 카드 학생등록을 했다.



 T-money가 생기기 전의 eBESTCARD는 학생등록을 안 해도 학생요금이 찍히지만, 그 카드가 인천교통카드이기 때문에 지하철과 서울, 경기 지역의 버스를 이용할 수 없다. 그래서 인천 내에서 버스를 탈 때는 eBESTCARD를 이용하고, 지하철과 시외고속버스를 이용할 때에는 어른용 T-money카드를 사용했었다. 얼굴이 어려 보이기 때문에, 800원이 아닌 550원의 가격으로 무리없이 버스를 탈 수 있다. 서울에 갈 때는, 지하철보다는 우리 집 바로 앞의 삼화고속버스 1000번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서인천-양평동-합정동-홍대입구-신촌-이대입구-서울역의 멋진 운행경로~ 우리 집 가까운 곳에는 지하철역이 없기 때문에, 지하철을 타려면 버스를 타고 약 30분 정도를 간 후, 다시 지하철을 타야 한다. 돈도 돈이거니와, 시간도 고속버스에 비해 오래 걸리며 갈아타야 되기 때문에 귀찮기도 하다. 사람들 속의 나를 느끼고 싶을 때에는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을 갈아타고, 또 갈아타고…하는 것이 좋을 때도 있지만, 웬만하면 삼화고속을 이용한다.

 그런데 삼화고속버스의 요금을 보면, 어른의 경우 현금 2500원, 카드 2000원이다. 그에 비해 학생은 현금 2000원, 카드 1100원이다. 초등학생은 현금 2000원, 카드 750원이긴 하지만 초등학생까진 무리고(하지만 초등학교 6학년이라는 말 들은 적 있다. 아아… 대체 어떻게 하고 다니길래….) 카드로 버스비를 지불할 경우 학생으로 찍으면 무려 어른의 약 50%의 가격으로 탈 수 있는 것이다! 편도행 가격으로 왕복을 할 수 있는 정도인 것이다! …이것은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50%라고, 50%!!! 그리하여, 나는 카드를 찍기 전 "학생이요."라고 말한다. 그러면 아저씨께서 학생요금을 찍어주신다. 그 후 삼화고속에 대한 나의 애정도는 급상승했다. 동안의 힘으로 이것은 항상 가능한 듯 보였으나, 어느 날 의외의 사건이 발생한다.

 어느 날, 여느 때처럼 나는 어른용 교통카드로 학생요금을 찍으려 했다. 그런데 갑자기 아저씨께서, "무슨 띠?"라고 물으시는 것이다. …순간 당황했다. "몇 살?", "몇년생?" "몇 학년?"도 아니고 "무슨 띠?'라니. (지금 생각해 보면 상당히 머리 좋으신 분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나는 못 들은 척 하고 그냥 카드를 찍었다. 그러면서 속으로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를 세어 가며, 내 나이를 파악하며, 고등학생이 몇 살까지인지를 생각해가며 어떻게 대답해야 될지 머리를 굴렸다. 나는 빠른 86년생으로, 호랑이띠이다. 나와 같이 학교를 나온 아이들은 소띠이다. 나는 대학교 1학년이었지만, '아, 그럼 호랑이띠라고 대답하면 고 3이니까 되겠구나~'라고 생각해서 호랑이띠라고 대답하면 큰일난다. 내가 1년 휴학을 했기 때문에 1학년인 것이고, 다른 호랑이띠들은 당시 대학교에 막 들어간 나이로, 고등학생이 아니다. 나보다 한 살 어리지만 87년생으로 토끼띠인 내 동생은 고등학교 3학년이다. 그리고 내 동생보다 한 살 더 어린 동네 아이들은 고등학교 2학년으로 용띠였다. (이상 5초 안에 머릿속에 흘러간 내용이었다.)
 카드를 찍자, 아저씨께서 "무슨 띠냐고 물어 봤는데 왜 찍느냐."고 하셨다. 나는 "네? 띠요? 용띠요."라고 당황하지 않은 척 하면서 태연하게 안전빵으로 내가 파악할 수 있는 가장 어리고 납득될만한 나이의 띠를 대답했다. 그러자 아저씨께서 "좋아, 용띠~"하면서 보내주셨다. 뭐, 그 아저씨는 결코 까다로운 분은 아니셨던 것 같다. 버스에 탄 어린아이에게 다정한 목소리로 "꼬마야, 자리에서 일어서면 안돼~"라고 하셨던 기억이 있으니까.

 그 날의 경험은 새로운 자극으로, 그 후 항상 나는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했다. 시간은 다시 흐르고 또 어느 날. eBESTCARD에 충전한 돈을 다 써버려서, 시내버스를 타면서 어쩔 수 없이 T-money카드를 사용하게 되었다. 학생이라고 말했는데, 아저씨께서는 "학생이면 등록을 해야지, 등록 안하면 못 찍지."그러시면서 안 찍어 주셔서 어쩔 수 없이 어른요금을 내고 탔다. 이 사건으로 나는 학생버스요금을 찍는 것에 대한 자신감을 상실하게 되었다. (상실까지야….)

 그래서 그 후 웬만하면 서울에 갈 때는 고 3인 동생의 T-money 카드를 빌려서 다니곤 했는데, 얼마 전 동생이 T-money 카드를 분실했다. 동생은 지금 그냥 eBESTCARD를 찍고 학교 다니고 있다.



 예전부터, 수능 다음 날, 서울 거리를 돌아다니기로 막연한 계획을 세웠었다. 나는 구애받지 않고 혼자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 때는 '나를 아는 사람이 없는 곳'이어야 한다. 신경쓰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서울이 인천보다는 낫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때도 이렇게 혼자 돌아다니곤 하는데, 11월 24일에 그런 계획을 세운 것은 딱히 기분이 나빠질 것을 염려해서라기보다 그냥 오랫만의 자유를 만끽하고 싶어서랄까. 그리고 어젯밤에 황모양과 긴 통화를 하다가, 수능 다음 날 같이 보기로 했다. 뭐, 딱히 혼자이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오랫만이다. 느긋하게 이야기할 수 있겠어.

 그래서 이제 드디어 새 T-money 카드를 사서, 동생 이름으로 학생등록을 했다. 근데 그거 등록할 때 다니고 있는 학교 쓰고 학년 선택하는 란이 있던데, 순간 '이거 막 1학년이라고 조작해도 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입할 때 주민등록번호 기입했을테니 소용없겠지…?
 등록하고 보니, 2006년 2월 28일까지 학생요금 적용이 가능하다. 이젠 지하철도 할인요금 내고 탈 수 있다! 삼화고속 탈 때 눈치 안 봐도 된다! 이제 내년 2월 28일까지 서울 마구 다닐테다! (그리고 그 후는 두 가지 카드를 때에 따라 효과적으로 골라 사용하는 생활이 다시 시작되는 건가……. 학생으로 보이지 않을 때까지 끝까지 학생요금 찍고 다닐테다!)
by 미르시내 | 2005/11/21 16:53 | 상념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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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벚꽃소녀 at 2005/11/22 01:33
너무한거 아냐;;;;
그러다 버스회사 망할라...ㅎㅎㅎ
성인요금이 좀 압박스럽긴 하지....
매번 한 5만원씩이나 충전해도 전철몇번타면 다 없어지는..
Commented by 미르시내 at 2005/11/22 17:14
/벚꽃소녀/
네 닉네임이 더 너무해~(농담)
흐잉, 근데 오늘 카드 찍으니까 어른 요금 찍히는 거 있지? 으윽.
원래 3일 정도 걸리는 거였나? 모르겠다.
T-money 말고 eB T-money는 그런 언급 없었던 것 같은데. 기다려봐야겠네.
(으아악! 그럼 24일의 서울행은!!!)
그렇지 않아도 버스회사는 적자라던데? 푸하핫.
나는 학생요금 내고 타는데도 버스만 치면 한 달에 3만원? 아, 넌 한 달 얘기한 게 아니구나.
예전엔 전철 싸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덜덜덜)
음, 전철 한번만 왔다갔다하면 최소한 1800원에 최대한 3000원 정도...인가?
아무튼 자주 오시게나. 나도 그동안 바빴으니... 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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